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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여인들⑦-노소영 관장 편 "최태원·노소영 두 커플의 이혼소송 막전 막후"
재벌가 여인들⑦-노소영 관장 편 "최태원·노소영 두 커플의 이혼소송 막전 막후"
  • 홍성추
  • 승인 2023.12.28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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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포커스
이혼소송 변론 직접 출석하는 노소영 관장 23.11.09

 

재벌가 여인들 시리즈 7번째. 이번 호는 노소영 관장 편이다. 세기의 결혼에서 세기의 이혼으로 드라마를 쓰고 있는 최태원·노소영 두 커플의 이혼소송 막전 막후를 들여다본다. 역대급 이혼 소송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가정 파탄 원인이 누구한테 있느냐에 따라 재산 분할 소송 성패 갈릴 듯하다.(퀸 1월호)

1988년 9월 청와대 경내에서 화려하게 결혼식을 올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현직 대통령의 딸과 재벌 총수 아들의 결혼에 당시 온갖 매스컴으로부터 ‘세기의 결혼’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영민한 대통령의 딸과 SK그룹을 이끌 후계자의 결혼이니 그러한 얘기들이 무리는 아니었다.

세기의 결혼에서 역대급 이혼 소송으로

30여년이 흐른 지금 두 부부는 이혼 소송을 진행하며 드라마 같은 얘기들을 쏟아내고 있다. 최태원 회장 측은 성격 차이로 결혼 생활을 영위할 수 없어 오래전부터 별거를 하며 오늘에 이르렀다는 주장이고, 노 관장 측은 딴 살림을 차리고 혼외자까지 뒀다며 가정 파탄의 원인은 최 회장 측에 있다고 강변하고 있다. 5년째 지리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두 사람의 이혼 소송의 원인과 전망을 팩트 체크 차원에서 다뤄보고자 한다.

최근 노소영 관장은 이혼 법정에 나와 직접 언론과 접촉하며 세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직접 나오지 않아도 될 법정에 출석, 언론 앞에서 자신의 심경을 밝히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이에 최태원 회장은 노 관장의 소송을 대리하는 이상원 변호사를 고소하는 등 이혼소송이 장외전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현직 대통령의 딸과 재벌 총수의 딸이 결혼함으로써 세기의 결혼으로 소문났던 이 커플은 현재 역대급 이혼 소송으로 치닫고 있다. 다른 재벌가의 이혼 소송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혼설 훨씬 이전부터 예견됐던 파경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은 1988년 노 관장의 부친이 현직 대통령일 때 청와대에서 결혼해 온갖 화제를 불러 모았다. 노태우 현직 대통령 딸과 재벌 총수의 아들 결혼이라 ‘세기의 결혼’ 또는 ‘정략 결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들 커플은 결혼 후 1남2녀를 낳으며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는 것으로 비치기도 했다. 그러다 한 언론에 ‘이혼한다’라는 기사가 나오면서 결혼전선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들이 퍼져나갔다. 그러나 그룹을 오래 취재한 기자들이나 주변에선 이혼 얘기가 밖으로 나오기 훨씬 전부터 파경을 예견하고 있었다. 노 관장의 성격이 강해 오랫동안 별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2015년 한 언론에 최태원 회장이 직접 편지 형식을 빌려 부부 사이에 이상이 있음을 커밍아웃하면서 공식화했다. 이때 최 회장은 노 관장과는 성격차이 등을 이유로 이혼하겠다는 의사를 처음으로 외부에 밝혔다. 사실혼 관계의 여인도 있으며 그 사이에 자녀도 있다는 사실을 고백해 일반인들을 놀라게 했다. 이런 사실을 들어 노 관장 측은 결혼 파탄의 사유가 최 회장한테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 회장 주장은 완전히 다르다. 동거인을 만나기 훨씬 이전인 십 수 년 넘게 형식적인 부부로 살았고 그러다가 불신만 남은 상태에서 이혼 소송까지 이르게 됐다는 얘기다. 최 회장이 이혼 청구 사유를 ‘성격차이’로 들고 있는데 이에 대한 얘기들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노 관장이 차량에 비치된 껌과 휴지가 다 떨어지면 운전석 쪽으로 휴지 상자와 껌통을 던지며 화를 냈다고 노 관장의 운전사가 밝힌 적도 있다. 노 관장의 불같은 성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최 회장의 구속건과 관련이 있다고 주변에선 얘기한다.

노 관장의 수사의뢰로 최 회장이 수사를 받게 되고 결국 구속됐다고 최 회장은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전해지는 일설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노 관장이 최 회장의 선물 투자를 수사해 달라고 청와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최 회장은 2013년 1월 4년의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되었다는 것. 이때 최 회장은 2년7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하다 박근혜 정부시절 사면돼 석방됐다. 최 회장이 사면될 때 노 관장이 사면을 반대했다고 전해지면서 두 부부 사이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주변에선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저간의 사정을 봤을 때 이들 부부가 합쳐지거나 화해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 정설로 보인다.
 

최태원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2회 조정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2018.1.16
최태원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2회 조정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2018.1.16

 

2심 재산분할 판결, 어떻게 나올 것인가

이제 문제는 항소심에 남아 있는 재산분할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노 관장은 지난해 12월 1심 판결에서 665억 원의 재산 분할 선고를 받은 적이 있다. 1심 판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노 관장이 패소한 것으로 해석했다. 노 관장 역시 1심 판결 직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재산 증식 기여도가 1.2%라고 평가 받는 순간 저의 삶의 가치가 외면당한 것 같다’라고 밝힌 바 있다.

법조계에선 특유재산이라는 법리에 따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고 한다. 즉 최 회장이 소유한 (주)SK 주식은 상속 증여 재산으로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되는 특유재산인데다 노 관장이 SK 주식의 형성과 유지, 가치 상승 등에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해당 주식은 재산 분할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판시한 이유에서다. 실제로 재판부는 특유재산을 제외하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공동재산은 2140억 원으로 판단하고 공동재산 40%를 노 관장에게 분할하라고 결정했다. 그러면서 192억 원은 노 관장이 이미 자신의 명의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최 회장은 이를 제외한 665억 원을 노 관장에게 현금으로 지급하면 된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특유재산 관련 판결 내용은 오래전부터 대법원 판례로 굳어진 것이라고 법조계에선 평가하고 있다. 최 회장 측은 최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SK 주식 가치 상승은 노 관장의 노력과 무관하게 11만 명의 SK 임직원 및 이해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회사 사업 재산을 개인 이혼 사유로 분할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이다.

삼성가의 이부진 사장이나 한진가의 조현아 부사장 등 재벌가 이혼 사례에서도 오너 일가의 소유 주식은 분할된 적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대통령이 SK 성장에 기여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들이 있다. SK텔레콤의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도록 했다는 얘기는 노태우 대통령 때 제2이동통신 사업권을 반납하고 김영삼 대통령 때 진출해 사실과 다른 내용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분명한 것은 노태우 대통령 때 이동통신에 진출하려다 실패하고 정권이 바뀌고 제2이동통신 인수 대신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점이다. 노태우 대통령이 편의를 봐줬다는 주장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 경영사학자들의 일반적인 평가라고 할 수 있다.
 

노 관장의 언론 인터뷰 vs 최 회장의 적극 대응

그렇다면 앞으로 이번 소송이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노 관장의 언론 인터뷰나 변호인들의 일방적인 주장에 대해 침묵하던 최 회장이 최근 적극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최 회장 측 법률 대리인은 노 관장의 법률 대리인인 이상원 변호사를 지난 11월 허위 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가사소송법, 금융실명법 등을 위반했다며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소를 했다. 최 회장의 돈 1000억 원이 동거인에게 증여됐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상원 변호사는 노태우 정부 때 황태자로 알려진 박철언 전 체육청소년부 장관의 사위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고종사촌 처남이다. 노소영 관장과는 가까운 친척인 셈이다. 최 회장 측에서 법률대리인을 고소하는 초강수를 둔 것은 특수관계인 변호사가 법적 양심과 상식에서 벗어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 관장 측이 법리적 다툼보다 여론전으로 끌고 가 판을 흔들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는 것이다.

직접 참석할 이유가 없는 항소심 1차 변론 준비 기일에 노 관장이 직접 참석해 “가정의 소중한 가치가 법에 의해 지켜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언론에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하겠다. 최 회장 측은 SK이노베이션이 아트센터 나비를 상대로 제기한 명도 소송에서도 여론전을 활용했다고 보고 있다. 이때도 이상원 변호사는 명도소송 1차 조정을 마친 뒤 기자들한테 ‘직원들도 모두 해고해야 한다. 이혼한다는 이유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고 토로한 적이 있다. 도하 언론은 이를 그대로 인용해 보도했음은 물론이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아트센터 나비는 최근 감사보고서 기준으로 100억 원에 가까운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다른 곳으로 이전해 나가 운영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노 관장 측이 무리인 줄 알면서도 여론전을 통해 최 회장과 그룹이 ‘너무하다’라는 인식을 주려는 시도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노 관장 측의 대응에 최 회장 측은 침묵하지 않고 맞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여론은 최 회장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다. 혼외자가 있는 최 회장이 이혼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느냐는 일반론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노 관장이 계속해서 가정을 지키고 싶다는 주장들도 한몫한 것도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갈등의 골이 깊었는데 이혼 소송을 빨리 끝내 각자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도 설득력을 얻어 가고 있다.
 

4p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서울대 미술관에서 열린 '순환성' 심포지엄에 참석해 연사 발언을 듣고 있다. 2023.3.3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서울대 미술관에서 열린 '순환성' 심포지엄에 참석해 연사 발언을 듣고 있다. 2023.3.3

 

여론과 법리 사이에서 어떤 판결 내려질지 예측 힘들어

세기의 결혼에서 세기의 이혼 소송으로 치닫고 있는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의 막전막후를 살펴봤다. 이혼 소송의 핵심은 파탄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와 재산형성에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달려있다고 하겠다.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 소송 역시 마찬가지다. 가정 파탄의 책임이 최태원 회장에게 있다는 노소영 관장은 거액의 재산분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고 최태원 회장은 노 관장한테도 책임이 있고 재산 형성에 노 관장이 기여한 것은 없다고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1심 판결은 일단 최 회장의 주장이 많이 반영됐는데 2심 판결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예측하기 힘들다. 여론과 법리 사이에서 어떤 판결이 내려질지 궁금할 따름이다. 어쨌든 이 소송이 얼른 마무리돼 막장 드라마 같은 권력가 집안과 재벌가의 이혼 소송이 해결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홍성추 언론인

필자는 서울신문 기자 때부터 30년 넘게 재벌가를 취재해 온 재벌 전문기자. 서울신문 산업부장 때 기획 연재한 ‘재벌가 혼맥 인맥 대 탐구’는 재벌집안의 이면사를 다룬 최초의 기획이었다. 이 기획은 나중에 ‘재벌가맥’으로 출간 되었으며 우리나라 최초로 재벌 3세를 정면으로 다룬 저서 ‘재벌3세’와 논문으로 ‘재벌가 분쟁 유형 연구’가 있다. 국내 최초로 재벌가 이야기를 다룬 유튜브 채널 ‘홍성추TV'를 운영하고 있다.

글 홍성추(본지 회장)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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