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일정 기간은 금리가 부동산 시장에 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기침체나 돌발 리스크에 의해 시장이 휘청거릴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본다면 부동산 가격은 늘어난 화폐량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주택시장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존재한다. 아쉬운 점은 하락을 이야기할 때 늘어난 화폐량에 대한 고려도 있었으면 한다. 화폐량의 증가는 물가를 움직이고, 그 물가엔 주거비도 포함된다는 사실이다.
1970년 물가상승기, 물가와 미국 주택가격 흐름을 살펴보자. 중간중간 금리 변동으로 집값이 물가보다 변동폭이 커지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흐름은 물가가 오른만큼 집값도 상승했다.
한국시장에서도 유동성 긴축이나 금리 재인상, 그 외 돌발 리스트로 인해 주택시장이 흔들릴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늘어난 화폐량은 물가가 변한 것처럼 주택가격도 장기적으로 상승시킬 것이다.
2023년 9월 강남구 도곡렉슬 33평 14층이 27억7천만원에 거래됐다. 고점은 2021년 32억원, 저점은 2023년 초 23억7천만원이었다. 그렇다면 물가에 비추어 본 도곡렉슬의 현재 가격은 어떨까. 흔히 먹는 치킨으로 계산해보자.
BBQ 황금올리브 치킨은 2019년 11월 한 마리에 1만6천원이었는데, 현재는 2만원으로 올랐다. 2019년 11월 도곡렉슬 33평 중층 이 25억8천만원에 거래됐다. 치킨 15만5천마리 가격이다. 2021년 9월 27억7천만원에 거래된 도곡렉슬 33평을 오른 치킨 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13만8천500마리가 된다. 지난 3년 반동안 도곡렉슬 33평 가격은 1억9천만원 올랐지만, 치킨으로 따지면 1만6천500마리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2019년 화폐 발행이 폭증하기 이전이다. 당시 치킨과 도곡렉슬 아파트의 교환비가 적정했다면 치킨 15만5천마리를 살 수 있게 아파트 가격이 오르거나, 치킨값이 내려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아파트 가격에 대해선 재하락을 말하면서 데드 캔 바운스를 이야기하지만, 치킨 가격에 대해선 그런 요구를 하지 않는다.
무조건 주택을 팔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1990년대와 지금을 비교하면, 아파트 가격이 물가만큼 오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물가만큼 또는 그 이상 오를 주택(지역)은 홀딩하거나 매수하고, 그렇지 않은 주택은 과감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길게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끔은 긴 안목으로 시장을 봐야 한다. 화폐량과 물가는 당장 오늘의 매수나 매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길게 보면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 시사하는 점이 많다.
* 본 기사는 '2024년 결국은 부동산(도서출판 원앤원북스)'의 일부를 발췌, 정리한 것임을 밝힙니다.
글 트루카피 사진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