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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굳세어라 빨간 셔츠 사나이’
[동행] ‘굳세어라 빨간 셔츠 사나이’
  • 김경은 기자
  • 승인 2024.01.27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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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굳세어라 빨간 셔츠 사나이’

오늘(27일) 저녁 6시 방송 KBS’동행‘ 443화에서는 ’굳세어라 빨간 셔츠 사나이‘ 편이 방송된다.

√ 빨간 티셔츠의 비밀 

빨간 해병대 반소매 티셔츠와 군복 바지를 날이면 날마다 입고 다니는 사나이는 군인도 전역한 예비역도 아닌 16살 훈석이다. 학교 축제 때 단체로 맞춘 해병대 군복은, 갖고 있는 옷이라곤 서너 벌뿐인 훈석이가 제일 좋아하는 옷. 여벌 옷이 생긴 기쁨에 매일 입다 보니, 절로 군인 정신까지 생겨 전투복을 입은 것처럼 모든 일에 자신감이 생겼다. 특히나 이 옷이 더욱 값지게 느껴질 때는 가족을 지켜줄 때라고 하는데. 가장 훈석이의 손을 많이 필요로 하는 가족은 바로 6살 터울 동생 이석이다. 선천적 뇌 이상을 갖고 태어나 1급 뇌 병변 장애와 뇌전증, 자폐증 등을 앓는 동생은 혼자 밥을 먹는 일도 용변을 본 후에도 형 훈석이의 도움 없이는 어렵기 때문이다. 동생 이석이를 살뜰히 챙기는 일로도 벅찬 하루. 작년부터 훈석인 더 분주해졌다. 식도암 절제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아빠를 보살피는 일이 큰 걱정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식사도 할 수 없고, 늘 앉은 자세로 잠을 청해야 할 정도로 일상생활이 힘든 아빠. 훈석인 아픈 아빠와 동생을 챙기는 일에 온 시간과 마음을 쏟고 있다. 

[동행] ‘굳세어라 빨간 셔츠 사나이’

√ 엄마, 아빠의 걱정 

일흔이 가까운 나이에 막내아들은 고작 10살이 되었다. 어쩌면 평생을 부모 보살핌 아래 살아야 할 장애 아들이 아빠의 큰 숙제인데 아빠는 몸 성한 곳이 없다. 상상도 못 했던 식도암도 원망스럽지만, 녹내장으로 인한 시각장애에 젊은 시절 농기계에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와 추락 사고 후유증으로 하반신 마비 장애까지 얻은 아빠. 성치 않은 몸이 언제까지 버텨줄지 장담할 수 없어 더욱 애가 탄다. 건강했을 땐 이발사며 농사를 지어 생활했지만, 이제는 아내 혼자 버는 생활비로 생계를 꾸려야 하는 상황에 면목이 없다. 고향 베트남에서 가난 때문에 힘들게 살아온 엄마는 세 살이 넘어서야 첫발을 떼고 아직도 엄마, 아빠밖에 말할 줄 모르는 막내아들 키우랴, 남편 병시중하랴, 닥치는 대로 일자리를 찾아 생활비며 빌린 수술비를 버느라 한시도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B형 간염으로 피로를 달고 살지만, ‘아프다, 힘들다’ 내색 한 번 할 수 없는 엄마. 엄마까지 무너져 내리면 훈석이가 더 힘들어질 것을 알기 때문이다.

[동행] ‘굳세어라 빨간 셔츠 사나이’

√ 훈석이의 닭 잡는 날 

하루 3번, 곤한 잠을 깨야 하는 새벽녘에도 불평 없이 연탄불을 갈고, 가족의 잠자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훈석이. 아빠가 해왔던 일들과 생계를 위해 홀로 동분서주하는 엄마의 빈자리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훈석인 요즘 마음이 심란하다. 곧 기숙사 고등학교로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취업을 목표로 하는 특성화고등학교 진학을 결심한 훈석이. 자신이 떠나면 힘들어질 가족이 걱정되지만, 하루빨리 돈을 벌어 보탬이 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기력이 약해져 훈석이의 등에 업혀 걷는 날이 많은 아빠와 점점 지쳐가는 엄마. 보양식이라곤 훈석이가 애지중지 키운 닭들뿐이라 두세 달에 한 번 직접 닭을 잡아 백숙을 끓이면서도 지금은 이것밖에 해줄 수 없어 죄송하다. 엄마, 아빠는 너무 큰 짐을 지어주고도 찢어진 하나뿐인 신발과 군복을 대신할 새 옷조차 사줄 수 없어 미안하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지듯 훈석인 아빠가 건강을 회복하고 엄마가 다시 웃을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린다.

 

KBS1TV ‘동행’은 우리 사회가 가진 공동체의 따뜻함이 불러오는 놀라운 변화를 통해 한 사람의 작은 관심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되짚어보는 프로그램이다.

[Queen 김경은 기자] 사진 KBS1TV’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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