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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경을 가지고 싶어한 아이 14 [네째 수문]
망원경을 가지고 싶어한 아이 14 [네째 수문]
  • 김도형
  • 승인 2024.01.31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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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인시장흑백사진관 김도형 사진작가 첫번째 에세이집 '망원경을 가지고 싶어한 아이' 온라인 연재
사진 김도형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 김도형 (인스타그램 photoly7)

 

고향마을 앞에는 간석지 둑이 있다.

둑에는 마을 가까이에서부터 모두 네 개의 수문이 있다.

수문들에는 깊은 웅덩이가 있어서 어린 시절 거기서 낚시를 많이 했다.

그 중에도 네째 수문에서 많은 붕어를 낚았다.

아픈 누나의 병세는 여전했고 늘 마음 한구석이 짓눌린 것처럼 무거웠지만 그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니 차츰 마음이 가벼워졌다.

어느 날 카메라를 가지고 네째수문 쪽으로 촬영을 갔는데 아버지가 거기서 그물로 천렵을 하고 있었다.

천렵은 아버지에게 일종의 취미였다.

병든 딸로 인한 힘든 마음을 천렵으로 달래시는듯 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아들이 나타나자 아버지는 둑으로 올라왔다.

아버지와 아들이 둑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먼발치에 바닷새 몇 마리가 날아와 앉았다.

아버지는 뭔가가 생각났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버지는 둑 허리를 따라 새들에게 다가갈 테니 도착하면 손짓을 하라고 했다.

말하자면 새들 모르게 다가가서 그물을 던져 그것들을 잡겠다는 구상이었다.

새들이 있는 지점에 거의 도착한 아버지는 내 손짓을 보고 그물을 던졌다.

그러나 이미 낌새를 눈치 챈 새들은 아버지의 그물이 땅에 채 닿기도 전에 날아가 버렸다.

아버지의 산소에서 보면 네째 수문이 보인다.

산소에 앉아 수문을 바라보며 "아버지 그때 그물로 새잡던 날을 기억하세요?" 라고 물었다.

대답은 없고 무덤가 나무에서 새들만 포롱 포롱 날아다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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