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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아빠하고 나하고’
[동행] ‘아빠하고 나하고’
  • 김경은 기자
  • 승인 2024.02.03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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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아빠하고 나하고’

오늘(3일) 저녁 6시 방송 KBS’동행‘ 444화에서는 ’아빠하고 나하고‘ 편이 방송된다.

√ 열다섯 살 어린 가장이 된 예지

  열다섯 살 예지의 하루는 보통의 아이들과는 사뭇 다르다. 중학교 3학년 진학을 앞둔 또래 친구들이라면 학원 다니느라 바쁠 겨울방학. 그러나 학교에 다니지 않는 예지의 하루는 아빠를 돌보는 일들도 꽉 채워져 있다. 간단한 일상생활조차 혼자의 힘으로는 하실 수 없는 아빠. 식사를 챙기고, 머리를 감겨 드리고, 운동까지 도와드리고 나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다. 하루 3시간, 장애인 활동보조사가 방문한 뒤에야 예지도 숨을 돌리나 싶었지만, 쉴 틈도 없이 부리나케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 예지. 하루 종일 아픈 아빠를 간호하는 것만으로도 지치고 힘들 텐데, 빠듯한 생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에 두 달 전부터 일을 시작했단다. 뿐만 아니라 요즘에는 틈틈이 짜고 매운 걸 드실 수 없는 아빠를 위한 반찬을 만드는 연습도 하고 있는데. 아빠를 돌보는 것이 힘들다고 내색하기보다 오히려 밝고 씩씩하게 이겨내고 있는 예지. 어린 나이에 예지는 그렇게 가족에 대한 책임감의 무게를 알게 되었다. 

[동행] ‘아빠하고 나하고’

√ 예지가 아빠의 보호자가 된 이유

  그저 성적을 걱정하고, 앞으로의 꿈을 걱정할 나이에 어쩌다 예지는 가족에 대한 책임감을 먼저 짊어지게 되었을까. 지금으로부터 약 30여 년 전, 군대에서 넘어지는 사고로 뇌경색 진단을 받고 제대한 아빠. 그래도 시간이 지나며 점차 몸이 회복되고 열심히 노력한 끝에 운전 강사로 일하기도 했다. 그렇게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줄 알았건만. 작년 3월, 집에서 손잡이(워커)를 잡고 일어나려던 아빠가 그만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돌침대에 오른쪽 머리를 세게 찧고 말았다. 그 충격으로 두개골이 골절되고 사지 마비까지 오게 된 건데. 한동안 요양병원에서 지내던 아빠가 퇴원해 집에서 지내기 시작한 건 지난 11월. 아픈 아빠를 대신해 돈을 벌겠다며 집을 나가 어쩌다 한번씩 연락을 하는 엄마를 대신해 예지는 아빠의 보호자가 되었다. 오랜 기간 집에서만 생활하고 있는 아빠를 위해 외출할 때면 아빠와 자주 갔던 곳을 영상으로 찍어 보여주는 예지. 세상과 단절된 아빠를 위해 예지는 아빠와 세상을 잇는 창이 되어주고 싶다. 

[동행] ‘아빠하고 나하고’

√ 아빠하고 나하고 

  무덤덤하고 능숙하게 아빠의 병간호를 도맡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생각해 보면 예지의 나이 이제 겨우 열다섯 살. 예지 앞에 놓인 여러 가지 상황과 숙제처럼 놓인 일들이 결코 만만할 리 없다. 늘 예지의 곁을 지켜주었던 아빠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후, 돌아가실 수도 있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말을 들은 뒤엔 더 마음을 잡을 수 없었던 예지. 혼자 집과 병원을 오가는 생활을 하며 결석하는 날들도 많아지고 점점 학업에서 멀어지는가 싶더니 결국은 자퇴를 하기에 이르렀는데. 학교를 그만두더라도 열심히 공부해서 8월에 있을 검정고시에 꼭 합격하겠다고 아빠와 굳게 약속한 예지. 하지만 아픈 아빠를 간호하며 아르바이트와 검정고시 준비까지 병행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때로는 눈앞에 놓인 현실이 너무 막막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아빠를 생각하며 한번 더 마음을 다잡아보는 예지. 아빠하고 나하고 꽃처럼 살자는 동요 가사처럼 예지는 아빠와 함께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KBS1TV ‘동행’은 우리 사회가 가진 공동체의 따뜻함이 불러오는 놀라운 변화를 통해 한 사람의 작은 관심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되짚어보는 프로그램이다.

[Queen 김경은 기자] 사진 KBS1TV’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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