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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한동훈 비대위원장’ 4·10 총선 잡고 대선가도 나서나
與 ‘한동훈 비대위원장’ 4·10 총선 잡고 대선가도 나서나
  • 오수연
  • 승인 2024.02.14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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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 이슈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4.1.15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4.1.15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 체제가 공식 출범했다. 여권에선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4·10 총선 승리를 이끌면서 위기에 빠진 윤석열 정부를 살리는 ‘구원 투수’의 역할을 기대하는 시선이 강하다. ‘한동훈 비대위’를 둘러싼 정치적 시험대가 본격 가동된 상황에서 그의 정치적 승부수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Queen 이코노미퀸 3월호)

한동훈, 총선 승패에 정치생명 걸렸다

한동훈 위원장은 1973년생으로 올해 51살이다. 서울 강남, 엘리트 검사 출신이자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가 착용한 스카프와 안경, 가방 등은 톡톡 튀는 개성을 드러내며 2030 세대에게 선풍적인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이런 한 위원장은 장관 시절부터 튀는 언행과 복장으로 ‘셀럽 장관(연예인 장관)’이란 별칭을 얻었다. 야권에선 그의 언행이 ‘장관답지 않다’고 비판했지만, 대중과 언론의 주목을 끄는 데는 일단 성공한 듯 보인다.

술을 한잔도 하지 못하는 그는 ‘제로 콜라 마니아’이기도 하다. 1996년 사법연수원 27기로 입소한 당시 동료들의 말에 따르면 한동훈은 이른바 ‘놀 줄 아는 연수생’이었다고 한다. 그가 쓰는 용어는 기존 여의도 정치인들에게서 전형적으로 볼 수 있는 화법이 아니다. 그는 “여의도 사투리가 아니라 5000만 명이 쓰는 문법을 쓰겠다”면서 기성 정치권과 차별성을 분명히 하는 발언을 했다. ‘여의도 문법’을 따르지 않겠다는 한 위원장의 일성은 기존 정치를 혐오하는 유권자들에게 새로운 기대감을 심어주는 것이 사실이다.

심규진 스페인 IE 대학의 교수가 한동훈 신드롬 현상을 해석한 신간 ‘73년생 한동훈’을 출간했다. 기자 출신인 그는 대중심리와 정치 소비자 행동 연구의 전문가다. 이 책은 “한동훈 신드롬은 지금의 ‘시대정신’을 잘 반영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과감한 결단력으로 정국을 휘어잡았다면 한동훈 전 장관은 역으로 올곧음, 예측 가능성, 안정감을 매력으로 기존 ‘보스정치’의 해악을 극복한 엘리트 관료 시대를 상징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26일 여당의 비대위원장으로 공식 임명된 지 3주를 넘어섰다. 이 기간 동안 한 위원장은 취임과 동시에 전국을 돌며 ‘광폭 행보’를 선뵈고 있다. 한 위원장의 등판 효과는 실제 ‘숫자’에도 반영됐다.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장래 정치 지도자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 한 위원장은 22%의 지지를 얻었다. 지난 2022년 6월 선호도(4%) 이후 최고치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23%)를 오차범위 내로 바짝 따라잡았다.

리얼미터는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전국 단위 확산적 정치 행보, ‘제2부속실’ 필요성 언급에 관한 보도량 증가, ‘신용사면’과 같은 민생 분야 당정 발표와 맞물려 지지율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최근 한 위원장과 여당의 지지율 상승세는 일종의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후 지지율이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현상)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같은 지적의 근거로 윤 대통령 지지율이 여전히 30% 박스권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한때 윤 대통령의 멘토로 불렸던 신평 변호사는 최근 SNS를 통해 “한 위원장의 ‘셀럽효과’는 보수와 중도 그리고 진보의 비율을 나타내는 3:4:3의 구도에서 원래 국민의힘 강성지지층인 30% 안에서 나온 것”이라고 짚었다.

정치 전문가 사이에서도 ‘한동훈의 변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여당의 필승’을 담보할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른바 ‘반명(반이재명), 김건희 특검법 반대’만 외쳐서는 보수 결집 외 중도 확장을 노리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 위원장 개인적 인기는 올라갔을지 모르지만,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 않는다. 과거 21대 총선 때 황교안 전 대표의 지지율도 24%까지 올라갔지만, 선거를 해보니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고 평가 절하했다.

정치권에서는 한 위원장의 3대 숙제로 김건희 특검법, 이준석 신당의 파괴력 차단, 중도 확장 등을 꼽는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한 위원장의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이준석 신당의 파괴력을 방어하는 것은 선제적으로 ‘세대교체론’을 제기하며 그런대로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도 확장 역시 미완의 상태로 보는 시각이 많다.

취임일성…“운동권 특권세력과 싸우겠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오전 인천 계양구 카리스호텔에서 열린 2024 국민의힘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2024.1.16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오전 인천 계양구 카리스호텔에서 열린 2024 국민의힘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2024.1.16

 

한동훈 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과 그 뒤에 숨어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운동권 특권 세력’과 싸우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올해 1월1일 신년사까지,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이념, 이권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 타파’와 다르지 않다. 대통령실과 한동훈 비대위가 ‘정권 심판론’을 ‘운동권 이권 카르텔 청산’ 구도로 바꾸기 위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위원장은 첫 비대위원회의에서 앞으로 추구할 정치 스타일을 농구에 빗댔다. 공을 든 채로 한 발을 땅에 대고 다른 발로 움직이는 ‘피벗’ 플레이를 강조하며, 민주당의 정치에 대해 ‘두 발을 다 뗀’ 반칙 플레이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직접 지명한 8명 가운데 7명이 비정치인이다. 한동훈식 탈(脫) 여의도 정치에 시동이 걸린 셈이다. 정치인은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 김예지 비례대표 의원이다. 지명직 8명을 제외한 나머지 2명은 당연직인 윤재옥 원내대표와 유의동 정책위의장이다.

면면을 보면 한지아 을지대 재활의학 부교수, 구자룡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 장서정 보육·교육 플랫폼 ‘자란다’ 대표가 비대위원으로 참여했다. 윤도현 ‘자립준비 청년 지원(SOL)’ 대표는 21세로 최연소 위원이 됐다. 39세인 박은식 ‘상식과 정의를 찾는 호남대안포럼’ 대표, ‘조국 흑서’ 저자로 유명한 김경률(54) 회계사도 합류했다.

한 위원장과 지명직 비대위원의 평균 나이는 44.4세다.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전진 배치가 현실화 된 모양새다. 한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강조했던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과 정책 정당을 실천하겠다는 의지가 비대위 인선에 반영됐다. ‘진영 논리’에 빠진 여의도 정치를 타파하겠다는 선언이다.

총선 공천, 한동훈 비대위 성패 가른다

국민의 시선은 국민의힘 공천에 쏠려 있다. 한동훈 위원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단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 혁신과 쇄신 작업으로 통하지만, 진영 내부 재편과 권력 구도 개편은 총선 결과와 관계없이 새 리더 육성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한동훈 위원장이 공천을 통한 ‘물갈이’에 잡음 없이 성공하면 당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게 된다. 앞서 199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대법관, 감사원장, 총리를 지낸 뒤 집권당 대표직을 맡았다. 대통령과 갈등이 있었지만 당을 장악한 상황이라 여당의 리더가 됐다.

한동훈 위원장이 15일 당내 3선 중진 의원들과의 첫 오찬 회동에서 “당 전체가 이기는 것이 제1 기준이며 나는 당내 친소 관계가 없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친윤(친윤석열)과 중진의 총선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를 요구해 파행으로 막을 내렸다면 한동훈 비대위는 ‘공정한 공천 규정’을 적용해 경쟁력 없는 중진을 솎아 내는 인적 쇄신을 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여권에서는 한 위원장이나 그가 인선한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 모두 비(非)정치인 출신으로 기존 정치권에 이른바 ‘빚’이 없는 만큼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할 것으로 관측한다.
 

대선 레이스 막 오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오전 충북 단양군 구인사를 찾아 상월원각대조사 탄신 112주년 봉축법회가 열리는 광명전으로 향하고 있다. 2024.1.9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오전 충북 단양군 구인사를 찾아 상월원각대조사 탄신 112주년 봉축법회가 열리는 광명전으로 향하고 있다. 2024.1.9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차기 대권에서 유력한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내년 총선 승리가 필수 조건이다. 젊은 세대에 인기가 높은 한 비대위원장의 등판으로 수도권 위기론을 극복하고 내년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단연 1등 공신은 한 위원장이 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차기 대권 주자로 강력한 리더십을 입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한 위원장 스스로 현 상황을 ‘9회말 2아웃’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총선 승리를 담보할 수 없는 형국이다. 수도권 49곳 중 6곳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국민의힘 사무처 보고서가 공개될 정도다. 국민의힘이 변화하지 않으면 총선 승리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한 위원장은 강도 높은 혁신위를 예고했다.

그는 먼저 ‘희생’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지역구 및 비례대표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 위원장을 당선 범위 내 비례대표 순번에 두고 전국 유세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한 위원장은 국회의원 자체에 미련을 두지 않겠다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대선 후 당선이 쉬운 지역구를 택했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차별화도 노렸다는 평가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6일 비대위원장직 수락 연설에서 “저는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겠다. 비례대표로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 비대위원장은 “저는 승리를 위해 무엇이든 다하겠지만 승리의 과실을 가져가지 않겠다.”며 비장한 출사표를 던졌다.

한 위원장의 불출마 선언은 자신의 희생 없이는 쇄신의 칼날이 무뎌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당의 주류인 친윤계와 영남권 의원들의 험지 또는 불출마를 이끌어내기 위한 결단으로도 읽힌다.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한 위원장이 당 대표에 도전하고 당 대표를 발판 삼아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비대위원장으로서 총선 승리를 이끌어 낸다면 차기 당권을 사실상 예약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여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중론이다. 사실상 ‘포스트 윤석열’의 길을 걸을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 위원장이 총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의 2인자’라는 태생적 한계를 어떻게 벗어나느냐가 관건이다. 역대 정치사를 보면 같은 계파의 직속 후계자가 대권에 성공한 경우는 군사정권의 전두환 전 대통령, 노태우 전 대통령 뿐이다. 이후 한 계파가 대권에 연임한 경우는 없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동교동계가 아닌 86세대의 지지를 얻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대권을 차지한 것도 MB계가 아닌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다. 여권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더라도 윤 대통령의 검찰 직계 후배인 한 위원장이 차기 대통령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한동훈 대망론’도 물 건너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부정 평가가 지금처럼 유지된다면 일각에서 제기하는 ‘윤 대통령의 아바타’라는 이미지가 정치적 장애물이 될 것이다. 특히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여권은 대혼란을 겪으면서 윤석열 정부와 거리두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올 것으로 전망도 있다.

제3지대 빅텐트가 최대 변수

여야의 22대 총선 경쟁과 더불어 차기 대권 레이스도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진검승부가 시작된 셈이다. 새해 주요 언론의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한동훈 위원장과 이재명 대표는 차기 대선 적합도에서 오차범위 이내의 치열한 접전을 이어가고 있다. 대부분의 조사에서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우세를 찾아보기 힘든 대혼전 양상이다.

한동훈 위원장과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운명은 4월 22대 총선에 좌우된다. 총선 성적표에 따라 차기 레이스의 순항 여부도 엇갈린다. 국민의힘이 과반 승리를 얻으며 여대야소 결과가 나오면 한 위원장의 대권가도는 탄력을 받는다. 보수진영의 구원투수로 혜성처럼 등장해 본인의 임무를 100% 완벽하게 수행하는 셈이다.

반대로 민주당이 지난 21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압승을 거두며 여소야대 결과 나오면 이 대표의 전성시대가 열린다. 지긋지긋한 사법리스크를 털고 차기 독주체제를 구축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제3지대 빅텐트의 선전으로 여야 모두 과반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면 차기 구도도 급변할 수밖에 없다. 한동훈·이재명 양강구도에 제3의 변수가 발생하면서 예측불허의 대혼전이 벌어질 수 있다.

역대 대선을 돌이켜보면 제3후보의 부상에 따라 대선판은 크게 요동쳤다. 92년 대선의 경우 ‘김영삼 vs 김대중’ 양자구도에 정주영 통일국민당 후보, 97년 대선의 경우 ‘김대중 vs 이회창’ 양자구도에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 2007년 대선의 경우 ‘이명박 vs 정동영’ 양자구도에 이회창 후보 등 매번 제3의 후보가 등장했다. 가장 극적인 사례는 97년 대선이다. 당시 이인제 후보의 대선 본선 출마로 보수 표가 분산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극적인 대선 승리를 거둔 바 있다.

글 오수연(자유기고가)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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