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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S&P500 170% 올랐는데 ... 코스피 30% 상승 그쳐
지난 10년간 S&P500 170% 올랐는데 ... 코스피 30% 상승 그쳐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4.02.15 0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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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 증시가 연일 축포를 터뜨리는 가운데 국내 증시만 유독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가 지난 10년간 사실상 게걸음을 친 탓에 투자자들의 외면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발표하면서 강한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반짝에 그쳤다.

현재 한국 증시의 저평가 문제는 심각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 증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콜롬비아 다음으로 낮은 대우를 받고 있다. 지난 14일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6배다. PBR이 1배 미만이면 주가가 기업 가치보다 낮게 거래되고 있단 뜻이다. 현재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2배 높은 대접을 받고 있고, 중국조차 PBR 1배를 웃돈다.

결국 한국 증시가 투자자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선 저평가를 해소하고 오를 것이란 믿음을 줘야 하는데, 정부가 이달 말 내놓을 주가 부양책이 신뢰 회복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금융당국은 이번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저평가의 늪'으로부터 차차 탈출하겠다는 포부다.

지난 13일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장중 한때 3만8000선을 웃돌았다. 닛케이 지수가 장중 3만8000대를 기록한 건 1990년1월 거품 경제 붕괴 이후 34년1개월 만이다. 이 기세라면 닛케이지수가 1989년12월 기록한 최고치(3만8915)를 빠른 시일 내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 증시가 신년 랠리를 펼치면서 그 훈풍이 일본에도 전해진 모습이다. 미국의 대표 주가 지수인 S&P500은 지난 9일(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른바 '매그니피센트'(M7)라 불리는 기술주 7인방(애플·알파벳·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테슬라)이 강한 상승세를 나타내면서다.

반면 코스피는 제자리걸음을 걷다 못해 뒷걸음질 치고 있다. 올해 첫 개장일이었던 지난달 2일 코스피 종가는 2669.81이었는데, 전날 코스피 종가는 2620.42다. 올해 들어 상승은커녕 2% 가량이 빠진 것이다. 기간을 넓혀보면 한국 증시의 성적표는 더욱 초라하다. 지난 10년 간 S&P500지수와 닛케이지수가 각각 170%, 137% 오른 반면 코스피 상승률은 30%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인 투자자들은 해외 증시로 눈길을 빠르게 돌리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개인 투자자들은 미국 시장에서 17억달러(약 2조원) 가까이 순매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8억달러) 대비 2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주목할 만한 건 일본 시장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미국 시장 뿐 아니라 일본으로까지 뻗으면서다. 올해 국내 투자자들은 일본 시장에 일본 시장에서 1억엔(약 9억원) 가량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약 500만엔)와 비교하면 20배에 달하는 규모다. 일본 증시가 활황을 맞자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 증시가 잃어버린 30년을 단숨에 극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3월 기업가치 제고 정책의 일환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이하인 상장사에 주가 부양을 위한 개선책과 구체적인 이행 목표를 공시하도록 요구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자기자본비용보다 높고, PBR 1배 이상한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편입한 'JPX 프라임 150' 지수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에 우리 정부도 증시 부양을 위한 칼을 빼 들었다. 올 초 윤석열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한국거래소 개장식에 직접 참석했다. 현 정부가 그만큼 자본 시장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점을 몸소 보여준 셈이다. 윤 대통령은 개장식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전면 폐지 등을 내세우며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 타파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일본의 증시 부양책을 벤치마킹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도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상장사의 주요 투자지표(PBR·ROE 등)를 시가총액·업종별로 비교공시 △상장사들에 기업가치 개선 계획 공표 권고 △기업가치 개선 우수기업 등으로 구성된 지수 개발 및 ETF 도입 등의 방안이 포함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이달 말 세미나를 열어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코리아 디스카운트로부터의 완전한 위해선 단발성 정책에만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일본 증시가 30여년 만에 활황을 맞게 된 건 지난해 기업가치 제고 정책 이전에 10년 전 아베 신조 내각이 추진한 기업 거버넌스 개혁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김정현 기자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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