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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법] ELS 손실, 누가 책임져야 하나?
[여성과 법] ELS 손실, 누가 책임져야 하나?
  • 전현정
  • 승인 2024.03.01 08:00
  • 댓글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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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만기가 도래한 홍콩H지수 ELS의 손실률이 50%를 넘어섰다. 홍콩H지수 ELS 판매 잔액이 19조 3000억 원 규모인데, 그중 80%가량인 15조 4000억 원이 올해 만기가 도래한다.

ELS는 ‘Equity Linked Securities’의 약자로 ‘주가연계증권’을 말한다. 투자의 수익이나 손실이 주가지수나 개별회사의 주식 가격 등에 연계되어 결정되는 증권이다. 유명회사 몇 개의 주식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종목별 ELS 상품도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부터 ELS가 상품화되었다. 초기에는 원금보장형 ELS가 대다수였지만, 점차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고위험 상품이 많이 발행·판매되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홍콩H지수 ELS 상품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H지수는 중국본토기업이 발행했지만 홍콩 거래소에 상장되어 거래되고 있는 주식 가운데 시가총액이나 거래량 등의 기준에 따라 추려진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이다. ‘항셍중국기업지수’라고도 한다. ‘항셍’이란 용어가 궁금하여 검색을 해보니, 홍콩상하이은행의 자회사인 항셍은행(恒生銀行) 산하의 항셍 지수 서비스에서 연원한 듯하다. 홍콩H지수 ELS 상품은 만기 시 H지수가 가입 당시보다 70% 아래로 하락하면, 그 하락률만큼 손실을 보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2021년 상반기에 1만 1,000부터 1만 2,000선 대였던 H지수가 최근 들어 5,000선 대까지 하락하면서 이 상품을 매입한 투자자의 손실률이 커졌다.

이와 같이 투자자의 대규모 손실이 문제되자, 이 상품을 판매했던 5대 시중은행이 판매를 중단하였다. 그러나 이미 투자를 하여 대량 손실을 목전에 둔 투자자들이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불완전판매가 없었는지 주요판매사인 5개 은행과 6개 증권사를 상대로 1차 현장검사를 하였고 2차 현장검사를 마친 후 책임분담 기준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법원에 근무할 당시 금융이나 증권에 관한 다양한 재판을 하였다. 2010년에 재판을 하였던 어느 당사자가 떠오른다. 안정적인 직장에 근무하였던 그 당사자는 본인과 남편 명의로 은행 지점에 예금을 예치하는 거래를 하였다. 은행에서는 그들을 VIP 고객으로 우대하였고 VIP 코너의 담당과장 등이 약 10년 동안 자산을 관리하면서 점차 다양한 거래를 하게 되었다. 은행에서는 새로운 펀드에 가입해도 투자설명서나 상품설명서를 교부하지 않았고, 그 당사자도 직원이 서류상 서명날인이 필요하다고 제시하는 부분에 모두 서명이나 날인을 해주었다. 결국 투자에서 큰 손실을 입고 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법원은 은행이 설명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점을 이유로 책임을 일부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그로부터 14년의 시간이 흘렀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금도 많은 사람이 비슷한 양상으로 거래를 하고 있다. 은행에 예금하러 갔다가 펀드상품에 귀가 솔깃하여 투자를 하게 된다. 은행직원이 상품의 장단점을 설명하지만, 정작 상품의 핵심 내용이나 원금 손실 가능성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은행 직원도 판매실적에 급급하게 되면 제대로 설명하지 않을 수 있다. 고객으로부터 설명을 들었다는 확인서를 제출받는 것만으로 상품에 대한 설명의무를 다하였다고 할 수 없다. 고객은 수익이 나면 좋아하고 손실이 나면 낙담한다. 대량 손실이 발생하면 소송으로 이어진다.

얼마 전 회의에 참석하였다가 우연히 홍콩H지수 ELS 상품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자신의 부인이 이 상품을 구입하려고 해서 말린 적이 있다는 어느 법률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이율 1-2%를 더 받으려고 원금 손실의 위험성이 있는 상품을 매입할 필요는 없다고 하였다. 높은 수익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 판결에서는 ‘투자자로서도 예상 가능한 모든 위험을 회피하면서 동시에 높은 수익률이 실현될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고 표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고령층의 노후 자금 등에 대해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을 무리하게 판매한 사례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한다. 금융기관은 투자성향에 비추어 과대한 위험성을 수반하는 금융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하지 않아야 할 의무가 있다. 이를 적합성의 원칙이라고 한다. 고객의 투자목적, 재산상황과 투자경험 등에 비추어 적합하지 않은 금융상품을 매입하도록 하였는지에 따라 금융기관이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도 있다. 또한, 합리적인 투자판단 또는 해당 금융투자상품의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사항을 거짓 또는 왜곡하여 설명하거나 중요한 사항을 빠뜨림으로써 고객보호의무나 설명의무를 위반하였는지도 문제될 수 있다. 주가에 연계되는 상품이므로 주식처럼 주가의 하락이나 상승 여하에 따라 수익과 손실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홍콩H지수 ELS 상품을 판매하면서 원금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을 것처럼 단정적 판단을 제공하거나 오인을 할 소지가 있는 내용을 알렸다면 금융기관의 책임이 문제될 수 있다. 금융기관은 고객이 부담할 수 있는 위험의 발생가능성에 대하여 알기 쉽게 설명을 해야 한다.

위와 같은 유형의 사건에서 금융기관이 적합성 원칙을 위반했는지, 설명의무를 위반했는지를 따지는 소송이 계속되고 있다. 반복된 위험 속에 있으면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잊어버리게 된다.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개인도 투자경험이 쌓여가고 있으므로, 자신의 투자실패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자기책임의 원칙이 기본이다. 다만 금융기관이 구매를 부추기려고 손해발생 위험이 거의 없다는 둥 오인할 수 있는 말을 하였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은행이 투자에 전문적 지식이 없는 개인투자자에게 ELS 같은 상품을 판매할 때마다 비슷한 분쟁이 발생하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개인투자자에 대해서는 은행이 고위험 투자상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것을 포함하여 좀 더 근본적인 처방을 찾아볼 필요성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은행에 예금하러 가서 투자를 했다가 막대한 손실에 소송을 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을 것이다.

글 전현정 변호사(법무법인 케이씨엘)

 

전현정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1990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3년간 판사로 일하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2016년 법원을 떠났다.
현재는 법무법인 KCL 파트너 변호사다.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법제처 법령해석심의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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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2024-03-03 13:54:36
재가입자 갈라치기하지말고 전원 불완전판매인정하고 100%원금보상해라! 금감원은 조사만하는척하지말고 단호한본보기보여줘라!

하나 2024-03-03 13:54:02
불완전판매임이 명백한 증거가 넘칩니다. 금감원은 공명정대하게 올바른판단 내리리라 믿습니다. 원금100% 보장해주세요.

투스리스 2024-03-02 22:40:29
은행은 큰 돈을 써가며 국내 유명 로펌들을 고용하여 자신들의 사기판매 행위를 정당화하려 한다. 아마도 똑똑한 변호사들이 배임을 걸고 가라고 했겠지. 앞으로 이런 은행들을 어찌 믿고 내 재산을 맡길수 있을지 모르겠다. 은행은 자신들의 사기판매를 시인하고 즉각 계약 원천뮤효화 하라. 금융당국은 생색내기 짜고치는 고스톱 같은 하나마나한 제제놀이 그만하고 제대로 조사해서 위법 행위를 밝혀달라. 그래야 우리나리 금융이 사는 길이다

coltrane1225 2024-03-02 20:20:38
배상안에 차별을 두는 것은 피해자들을 분열시키는 모략이며 두번 죽이는 작태이다.피해자들은 은행의 사기 메뉴얼에 의하여 똑 같은 방법으로 사기를 당하였다. 금감원은 더 이상 갈라치기로 피해자들을 두번 죽이지 말고 사기 전말을 밝히고 전액 원금을 배상하라.

둥이 2024-03-02 19:59:21
안전하다면서 els상품 팔았다.
낙인되서도 걱정말라고 곧 회복된다고 웃으며 전화왔었다.
그래서 그런줄 알았다.
불완전판매. 원금배상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