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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경을 가지고 싶어한 아이 17 [최태호 선생님]
망원경을 가지고 싶어한 아이 17 [최태호 선생님]
  • 김도형
  • 승인 2024.03.04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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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인시장흑백사진관 김도형 사진작가 첫번째 에세이집 '망원경을 가지고 싶어한 아이' 온라인 연재
통인시장흑백사진관 김도형의 풍경 (인스타그램 photoly7)
통인시장흑백사진관 김도형의 풍경 (인스타그램 photoly7)

 

초등학교 모교의 학생회장 출신들은 모두 모범적인 길을 가는 계보를 이어왔는데 내가 그 전통을 깨뜨렸다.

학생회장 출신 선후배 대부분은 명문대에 입학했다.

자초한 일이기는 했지만 나는 내 초라한 학력고사 점수로 지원할 만한 대학이 없었다.

나는 그 당시 내가 앞으로 일할 직장도 정해 놓았다.

거제에 있는 조선소였다.

담장을 사이에 둔 이웃집 형님과 집안의 아재가 조선소 생산직 근로자로 근무하고 있었기에 사무직이 아닌 이상 말만 건네면 취직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입시철이 되어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나도 대학에 가서 사진을 전공해 볼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당시 4년제 대학 사진학과가 있는 학교는 중앙대가 유일했다.

실기시험의 배점이 압도적으로 컸기 때문에 실기만 잘 본다면 합격 가능성이 없지는 않았다.

선생님께 중앙대 사진학과에 원서를 쓰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선생님도 실기배점이 높은 것에 기대를 걸어보자고 하며 일단 원서를 사와 보라고 하셨다.

서울은 친척의 결혼식 참석차 어릴 때 아버지와 함께 잠깐 다녀온 것이 전부라 고속터미널에 내린 나는 방향 감각조차도 없었다.

버스를 타긴 했지만 이상하게 논밭이 보였다.

흑석동으로 가야 되는데 알고 보니 버스를 거꾸로 타 과천방향으로 간 것이었다.

헐레벌떡 다시 돌아가서 원서를 샀다.

사온 원서를 내미니 선생님은 '진학' 이라는 책을 보여 주며 부산의 경성대학교에도 사진학과가 새로 생겨 1985학년도에 1기로 학생을 뽑는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러면서 중앙대는 경쟁률이 세서 붙을 가능성이 높지 않고 합격해도 빤한 시골살림에 학업을 닦아내기도 힘들 테니 그냥 집과 가까운 경성대에 지원하라고 했다.

그리하여 나는 경성대에 원서를 쓰고 본격적인 입시준비에 들어갔다.

선생님은 그 두꺼운 책속에서 경성대에 사진학과가 생긴다는 정보를 어떻게 발견하셨을까.

다시 한번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리고 싶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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