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18:30 (토)
 실시간뉴스
재벌가 여인들⑨ 한진그룹 조현아(조승연) 전 사장 편 “조승연으로 개명, 가족과 절연한 한진가 3세 조현아 전 사장의 근황”
재벌가 여인들⑨ 한진그룹 조현아(조승연) 전 사장 편 “조승연으로 개명, 가족과 절연한 한진가 3세 조현아 전 사장의 근황”
  • 홍성추
  • 승인 2024.03.06 08: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계 조명
조현아 대한항공 전 사장(사진 대한항공)
조현아 대한항공 전 사장(대한항공 제공)

 

한진가 3세 조현아 전 사장이 조승연으로 개명하고 가족과 절연했다. ‘땅콩 회항’과 이혼 등으로 숱한 화제를 뿌렸던 조현아(조승연) 사장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알아본다.

재벌가 딸로서 온갖 구설수를 뿌렸던 한진그룹 3세 조현아 전 한진칼네트워크 사장. 조 사장은 지난해 7월 ‘조현아’라는 이름을 버리고 ‘조승연’으로 개명한 뒤 어떤 공식 행사에도 나오지 않고 조용히 지내고 있다. 매스컴에도 전혀 등장하지 않고 있다. 철저히 잊힌 인물이 돼 가고 있다. 재벌가 딸들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승승장구하기도 하고 스캔들로 일반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기도 한다. 그러나 조현아 사장만큼 매스컴의 조명을 받은 적은 별로 없었다. 당시 사회분위기상 과장된 부분도 있지만 재벌가 집안의 치부를 그대로 노출시켜 일반 국민들로부터 온갖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한창 구설수에 오를 때는 가족 간 우의가 돈독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금은 조 사장이 집안과 결별, 완전히 다른 길을 걷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까지 개명하며 완전히 갈라선 조현아(조승연) 사장의 현재의 위상을 짚어 본다.
 

트럭 1대 운송업으로 출발한 한진그룹, 대한항공 수송재벌로 도약
 

1979년 제동목장을 방문한 대한항공 창업주 고 조중훈·조양호  부자(출처='정석 조중훈 이야기-사업은 예술이다' 발췌)
1979년 제동목장을 방문한 대한항공 창업주 고 조중훈·조양호 부자(출처='정석 조중훈 이야기-사업은 예술이다' 발췌)

 

한진그룹은 1945년 창업주인 조중훈 회장이 인천에서 트럭 1대를 가지고 운송업을 시작한 게 효시이다. 처음에는 미군 물자나 실어나르는 등 영세한 사업자였지만 월남에 진출해 떼돈을 벌면서 굴지의 재벌로 성장하게 된다. 월남전 특수를 누리게 된 것은 창업 회장의 동생인 조중건 전 한진그룹 부회장의 조력이 있었던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통역장교를 했던 조중건 부회장은 미국에서 수송학을 공부할 정도로 이 분야 전문가였고 베트남 진출을 적극 권유해 한진을 돈 방석에 앉도록 했다. 베트남 특수가 한창일 때는 삼성의 이병철 회장이나 현대 정주영 회장도 조중훈 회장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사정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때 조 회장이 너무 뻣뻣하게 나와 다른 재벌 총수와의 관계도 원만하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다. 이때 번 돈으로 조 회장은 국영 항공사인 대한항공을 인수해 오늘의 수송재벌로 도약했다.

조 회장은 슬하에 네 아들을 뒀는데 살아있을 때 그룹을 분가해, 분쟁의 씨앗을 제거하려고 했다. 항공분야는 장남인 조양호 회장, 조선 건설은 둘째인 조남호 회장에게. 셋째인 남호에겐 해운을. 막내인 조정호 회장에겐 금융을 맡겨 경영토록 분담했다. 창업 회장이 타계한 뒤에 각 형제들이 해당 사업을 맡아 독립한다. 셋째 남호 씨는 일찍 요절하면서 그의 부인이 한진해운을 맡아 경영하다 결국 파산하고 말았다. 대한항공을 맡은 조양호 회장은 승승장구하며 대한항공을 세계적인 항공사로 키웠다. 조양호 회장에겐 슬하에 1남 2녀를 뒀는데 장녀가 승연으로 개명한 조현아씨고 그의 동생이 현 한진그룹 회장인 조원태, 막내가 조현민 현 마케팅 총괄 겸 디지털플랫폼사업 총괄사장이다.

조양호 회장은 문재인 정권 때 온갖 시련을 다 겪은 재벌 총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재벌들을 탐탁해 하지 않았던 문재인 정권은 수많은 총수들을 수사하고 교도소에 보냈다. 그 중에서도 조양호 회장은 탈세와 변칙 증여 등 온갖 죄명을 씌워 검찰 수사와 국세청 심지어 관세청 조사까지 받았지만 번번이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일이 벌어졌다. 결국 조양호 회장은 2019년 지병으로 미국 병원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이했다. 조 회장이 돌아가셨을 때 일부에선 문재인 정권이 한 기업인을 죽음으로 몰았다고 원통해 하기도 했다. 조 회장이 검찰 수사나 국세청 조사를 심하게 받아도 여론의 동정을 받지 못한 것은 그 전에 일어난 큰 딸 조현아(승연) 당시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과 한창 조사를 받을 때 막내딸이 일으킨 ‘물벼락 사건’의 영향도 있었다고 하겠다.

‘땅콩 회항사건’ 폭로...재벌가 딸의 갑질 추태로 주홍글씨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위치한 대한항공 여객기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위치한 대한항공 여객기

 

땅콩 회항사건은 2014년 12월5일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에서 한국으로 오는 대한항공 여객기를 조현아 당시 부사장이 게이트로 돌아가도록 지시했다는 얘기가 한 언론에 폭로되면서 일파만파를 일으킨 사건이다. 이 비행기를 탔던 조현아 부사장은 접시 위에 마카다미아 땅콩 봉지가 뜯어지지 않고 배달된 것을 보고 승무원에게 질책을 했고 사무장이 와서 사과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이륙장으로 가던 비행기를 게이트로 다시 돌렸다고 해서 재벌가의 갑질로 도하 언론에 도배가 되었던 것이다. 이후 조 부사장은 구속까지 이어졌다가 집행유예로 나왔고 다른 온갖 문제들을 언론이 잇따라 폭로하면서 재벌가 딸의 갑질 추태란 주홍글씨가 새겨지고 말았다. 이때부터 조 사장은 그룹의 어떤 직책도 받지 않고 은둔생활을 이어가다가 부친이 타계하고 잠시 그룹 경영에 나섰다가 다시 야인으로 돌아간 것이다.

조현아 사장에 대한 온갖 구설수들이 폭로될 때 동생인 조현민 사장은 언니 편을 들며 나중에 복수하겠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발언을 해 주목받기도 했다. 조현민 사장은 한 공중파 방송에 출연해 재기발랄한 재벌가 딸의 역할을 거침없이 보여주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러다 그녀가 구설수에 오른 것은 2018년 4월 한 언론에서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광고 관련 회의에서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소리를 지르고 물을 뿌렸다는 폭로성 기사가 나오면서였다. 이 사건은 이른바 ‘물벼락 사건’으로 정치권까지 비화하면서 다시 한 번 한진가(家의) 갑질 행태와 온갖 추문들이 폭로되었다.

조현아 조현민 두 자매의 구설수는 재벌가 갑질의 전형이 되었으며 재벌들의 이미지 실추에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사건이 한창 지난 지금 시점에서 돌아보면 두 자매의 행태가 조금은 도를 넘은 점은 있지만 정말로 집안을 완전히 쑥대밭으로 만들 만큼 과한 것인가는 생각해 봤으면 하는 점도 있다. 당시 분위기와 언론의 확대 재생산이 이 사건을 키우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동생 조원태 회장에 반기 들고 대척점에 서게 된 것은...
 

한진家 3남매. 왼쪽부터 조원태, 조현아, 조현민
한진家 3남매. 왼쪽부터 조원태, 조현아, 조현민

 

어쨌든 조현아 현민 두 자매는 이 사건 이후 그룹 내 직책도 맡지 않고 칩거생활로 들어간 것은 사실이다. 그러다 다시 언론에 등장한 것은 조양호 회장이 타계하고 그 상속 재산을 분할 받을 때와 경영권을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였다. 조양호 회장은 생전에 어떻게 재산을 정리하겠다는 구획정리를 하지 않아 1남2녀의 자식들에게 균등하게 상속할 수밖에 없었다. 장녀인 조현아씨는 한때 지주회사 격인 한진칼의 지분율이 6.49%에 달해 남동생인 조원태 회장과 불과 0.03%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처분하고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생인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을 차지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겨 이른바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KCGI의 손을 들어주고 그 펀드에 대량 매각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의문은 왜 조현아 씨가 조원태 회장에 반기를 들고 가족과 절연했는가 하는 점이다. 조양호 회장의 생전에도 주식 지분율이 취약해 KCGI와 경영권 분쟁을 겪었는데 그 펀드와 손잡았으니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현아 씨가 동생인 조원태 회장을 신뢰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주변에선 얘기하고 있다. 사실 조원태 회장은 십 수 년 전 말썽을 일으켜 한국에서 미국으로 사실상 쫓겨난 적이 있다. 부친인 조양호 회장이 생전에 후계자로 아들을 점지했다고 하나 누나인 조 사장은 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는 진단이다.

야인으로 돌아간, 완전히 잊힌 재벌가 딸
 

왼쪽부터 에릭 가세티 LA 시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한진그룹 제공)
왼쪽부터 에릭 가세티 LA 시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한진그룹 제공)

 

사실 땅콩회항사건을 일으키기 전까지만 해도 조 사장은 한진그룹에서 잘 나가는 재벌가 딸이었다. 미국 코넬대학 경영학부를 졸업해 대한항공에 취직한 그녀는 대한항공의 기내서비스를 한 단계 상승시키는 명품 기내식을 만들어 내는데 일조한 것으로 평가 받았다. 한국 고유의 식재료를 이용한 한식 메뉴를 개발해 탑승객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러한 공로로 팩스 리더십 어워드에서 두 차례나 대상을 받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부친으로부터 인정받았음은 물론이다. 특히 그녀는 대학의 전공을 살려 호텔 경영에 상당한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조양호 회장이 타계한 뒤 칼호텔네트워크 등기이사 사장으로 경영에 복귀한 적이 있다. 이때 재계에선 장남인 조원태 회장은 대한항공과 그룹 총괄을, 장녀인 조현아 씨는 호텔사업을, 막내딸인 조현민 사장은 관광부문 등 나머지 계열사를 맡을 것으로 전망했었다. 그러다 조현아 씨가 전격적으로 이사직에서 사퇴하면서 그런 전망은 빗나가고 말았다. 호텔 경영권을 놓고 동생인 조원태 회장과 의견이 맞지 않았던 것으로 그룹 내 정통한 인사는 밝힌 적이 있다. 이후 조현아 씨는 가족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으며 조원태 회장과 대척점에 서게 된 것이다.

반면에 조현민 사장은 조원태 회장의 의견을 들어주며 그룹 내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미국 국적자인 조현민 씨는 한진 디지털플랫폼사업 총괄 및 마케팅 총괄사장으로 승진하며 그룹 내 중책을 맡고 있는 것이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그녀는 LG그룹의 광고 계열사인 LG애드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때 언니인 조현아 씨와 호흡을 맞추며 우애를 과시했던 자매였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재벌가 딸로 태어나 온갖 구설수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세인에 이름이 오르내렸던 한진그룹 재벌 3세 조현아씨는 현재 일체의 외부 활동을 하지 않으며 조용히 지내고 있다. 몇 년 전 초등학교 동창인 남편과 이혼하기도 한 그녀는 완전히 잊힌 재벌가 딸이 되고 말았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장녀로 태어나 항공과 호텔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며 경영인으로서의 능력을 보여줬던 그녀지만 경영권 분쟁에서 동생에게 밀려 야인이 되고 만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야인 생활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막대한 유산을 상속 받고 있어 언제든지 경영인으로서의 활동할 여건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름까지 개명하면서 예전의 ‘조현아’를 버리고 ‘조승연’으로 거듭난 그녀의 또 다른 변신을 기대해 본다.

글 홍성추(본지 회장) 사진 뉴스1

홍성추 언론인

필자는 서울신문 기자 때부터 30년 넘게 재벌가를 취재해 온 재벌 전문기자. 서울신문 산업부장 때 기획 연재한 ‘재벌가 혼맥 인맥 대 탐구’는 재벌집안의 이면사를 다룬 최초의 기획이었다.이 기획은 나중에 ‘재벌가맥’으로 출간 되었으며 우리나라 최초로 재벌 3세를 정면으로 다룬 저서 ‘재벌3세’와 논문으로 ‘재벌가 분쟁 유형 연구’가 있다. 국내 최초로 재벌가 이야기를 다룬 유튜브 채널 ‘홍성추TV'를 운영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