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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탐구 집] 독특한 세모 집 VS 거대한 둥근 집
[건축탐구 집] 독특한 세모 집 VS 거대한 둥근 집
  • 박소이 기자
  • 승인 2024.03.19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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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탐구 집] 독특한 세모 집 VS 거대한 둥근 집

 

오늘밤 방송되는 EBS '건축탐구 집'에서는 '카페야 갤러리야?' 지붕부터 마당까지 삼각형인 독특한 세모 집, '관공서야 도서관이야?' 시민들을 놀라게 한 거대한 둥근 집을 만나본다.

네모를 포기한 세모 집에서 자유를 얻게 된 건축주가 있다?
네모반듯하진 않지만, 햇빛만은 잘 드는 세모 집

“삼각형은 위대한 도형이에요.” 경기도 이천에 사는 최봉수 씨는 곳곳이 세모로 가득 찬 집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시골 마을의 평범한 스카이라인 사이로 솟은 삼각형 지붕부터, 마당의 삼각형 데크, 집안 천정과 모서리의 삼각형까지, 남다른 세모 집의 건축주 최봉수-송영숙 부부는 도대체 왜 세모로 집을 짓게 되었을까?

집 안으로 들어가면 거대한 그림이 걸린 3m의 정면 벽과, 벽지를 바르지 않고 크랙을 그대로 살린 노출콘크리트 마감이 눈에 띈다. 덕분에, 마치 카페나 갤러리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노출콘크리트를 통해 안과 밖의 경계가 사라진 자연스러운 분위기! 2층이 없이 탁 트인 층고로, 햇볕이 잘 들어오는 것도 이 집의 특징이다.

갤러리인 듯 카페인 듯 지어진 세모 집의 설계를 주도한 사람은 아내 영숙 씨. ‘모든 건 아내가 원하는 대로 지어주세요.’라며 아내의 뜻을 무조건 따라주었던 남편 봉수 씨가 고집을 부린 것은 단 하나, ‘정남향으로 집을 지을 것’이라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호리병 모양의 집터. 정남향으로 집을 지어서는 도저히 네모반듯한 모양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남편의 정남향 사랑으로 네모가 아닌, 곳곳이 틀어진 세모 모양의 세모 집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사실 남편이 정남향을 고집한 것은 패션 회사에서 일하다 은퇴 후 힘들어하는 아내를 위해서였다. 집안 곳곳에 창을 설치하여 아내가 따스한 햇살을 느끼도록 하였는데. 이는 집에 햇빛이 가득 들어오면 생각도 밝아지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남편의 사랑과 배려였다.

아내 송영숙 씨는 미국에서 미술을 공부하는 딸의 그림을 걸기 위해 3m짜리 벽을 요청했고, 벽에 다른 장식 없이 자연스러운 노출콘크리트를 원했다. 3m 그림과 노출콘크리트가 만나게 되자 집이 아닌 카페 분위기를 자아냈고, 송영숙 씨는 만족스러워했다.

부부가 건축에 신경 쓴 또 한 가지는 자신들의 집 때문에, 이웃들의 조망권이 방해받지 않는 것이었다. 이에 이웃들의 조망권을 배려해 더 높게 집을 지을 수 있었음에도 1층과 다락으로만 설계했다. 마당을 두른 담은 낮춰서 이웃과 직접 눈을 마주치며 인사할 수 있고, 집 앞 진입로에 낮은 데크를 깔아 이웃들이 앉았다 갈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 썼다. 그 결과, 어느덧 부부는 따뜻한 동네의 소중한 일원이 되었다.

소소유락. ‘놀고먹는 집’이라는 뜻이 담긴 이곳의 이름에 맞춰 편안하고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 비록 넓은 땅은 아니지만, 넓은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건축주 부부의 집으로 찾아간다.

평범함은 거부한다! 
문경의 랜드마크를 꿈꾸는 둥근 집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고 싶다는 이 집의 사연은 무엇일까?

“여기는 도서관이에요? 관공서예요?” 얼마 전부터 경상북도 문경 시청 앞을 지나가는 시민들은 놀라운 건축물을 발견했다. 올해 초, 거대한 돔 모양의 터널 4개가 연결된 신축건물이 등장한 것인데, 이것은 놀랍게도 신상연 씨와 오정미 씨네 가족이 사는 가정집!

집안 내부도 아치형 구조를 그대로 살린 라운드 천장에 6미터가 넘는 층고를 가진 원통형을 자랑한다. 놀라운 것은 거대한 아치형 지붕이 나무로 만들어졌다는 것! 여러 번의 시험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목구조를 이용해 우리나라 제일 큰 목구조 지붕 건물이다.

시내 도심 한복판에 이런 무모한 집을 지은 건축주 부부는 뻔하고 단순한 집을 거부했다. 이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특별하고 독특한 집을 원했는데. 그렇게 결정한 집이 바로 이 둥근 집이다. 하지만 랜드마크를 꿈꾸며 건축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었다. 조명도 포기해야 하고, 가구 배치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며, 시공 과정에서 오랜 시간을 들이기도 했다. 실내 설계에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은 개방감. 그래서 내부에는 2층이 없는 원통형에, 전면 통창을 달아 개방감을 살렸다. 덕분에 집은 터널을 뚝 잘라 가져다 놓은 듯한 독특한 모양으로 완성됐다. 그래서 시청 앞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늘 시선 집중이다.

부부가 이런 집을 지은 이유는 오랜 시집살이 때문! 시댁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한 부부는 13년 동안 두 딸을 키우며 부모님과 함께 살았다. 고생하는 아들 부부를 위해 조상 대대로 내려온 땅을 내준 상연 씨의 아버지 덕분에 건축을 시작했고. 시댁 바로 옆. 도보 1분 거리에 자리를 잡았다.

손녀들이 테라스에서 인사를 하면 텃밭에 있는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는 집. 신상연-송영숙 부부는 둥근 집에서 가족과 이웃이 더불어 둥글둥글 부드럽고 따뜻하게 살아가고 있다. 문경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둥근 집을 탐구해 본다.

이번주 '건축탐구 집' '네모를 포기해 자유를 얻다' 편은 오늘 19일 (화) 밤 10시 50분, EBS1TV에서 방송된다.

박소이기자 사진 EBS '건축탐구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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