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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한 지붕 두 ‘사돈 각하’ 산다…81세 동갑 사돈 안재천·허찬복 유쾌한 가족 이야기
[인간극장] 한 지붕 두 ‘사돈 각하’ 산다…81세 동갑 사돈 안재천·허찬복 유쾌한 가족 이야기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2.21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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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돈 우리 같이 삽시다 / KBS ‘인간극장’

 

여든한 살 동갑내기 안재천 씨와 허찬복 씨는 사돈지간, 올해로 5년째 3대가 한 집에 살고 있다. 친정엄마의 유언으로 두 아버지와 살게 된 아들 안상현 씨와 며느리 허영경 씨는 매일 잔칫날처럼 두 아버님 흥을 돋워드린다. 어르신들은 각방을 쓰시고, 네 식구가 한방을 쓴 지 5년. 어느날, 사위가 무슨 말을 꺼내려는지 장인어른 곁을 맴돌다 어렵게 입을 여는데….

이번주(2월 21~25일) KBS 1TV <인간극장>은 5년째 한 집에 사는 여든한 살 동갑내기 사돈지간 안재천·허찬복 씨 이야기를 그린 <사돈 우리 같이 삽시다> 5부작이 방송된다.

사돈집과 뒷간은 멀수록 좋다는데, 한 지붕 아래 단짝이 된 사돈이 있다. 바로 5년째 동거 중인 여든한 살 동갑내기 안재천 씨와 허찬복 씨. 사연인즉슨, 두 사람은 1년 간격으로 아내를 떠나보냈고 외동딸에게 아버지를 부탁한 안사돈의 유언으로 아들 며느리와 두 손주까지 3대가 함께 살게 됐다는데….

매일 동도 트기 전에 기상하는 두 사돈. 밥솥이 비어 있으면, 먼저 본 사람이 밥을 짓는 게 이 집의 불문율. 시아버지 재천 씨는 모닝커피, 친정아버지 찬복 씨는 새싹보리수를 마신다. 풍채 넉넉한 재천 씨는 거실 소파에 앉아 장군감 같은 배를 두드리고 날렵한 찬복 씨는 팔굽혀 펴기를 하며 건강을 챙긴다.

성격도, 취향도 다르지만, 그래서 환상의 짝꿍. 다리가 불편한 재천 씨와 시력이 나쁜 찬복 씨는 서로를 꼭 붙들고 동네 장을 보러 다니고, 호수공원 산책도 한다. 가깝고도 어려운 사돈지간이라, 서로를 ‘사돈 각하’라 부르며 존대도 잊지 않는데….

마음은 이팔청춘이라는 두 사돈, 오락부장 며느리가 ‘삐빠빠룰라’ 음악을 틀어주면 덩실덩실 춤추며 “매일이 팔순 잔치”란다. 그런데 찬복 씨가 요즘 부쩍 ‘J에게’ 노래를 흥얼거리고, 재천 사돈에게만 몰래 사진을 보여주고는 비밀을 속삭이는데….

기타리스트인 아들 안상현(49) 씨는 코로나19로 음악 활동이 줄면서 대가족 살림을 맡으며 요리 실력을 맘껏 발휘하고 무용 강사였던 며느리 허영경(48) 씨는 보험설계사로 일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칭찬이 쏟아지지만 열 살부터 여든한 살까지 함께 살자니, 부족한 방도 문제요 규모가 커진 살림살이까지 함께 헤쳐가야 할 일들이 많다. 뿐인가, 친정아버지 찬복 씨는 갑자기 독립 선언을 하는데….

하루도 조용할 날 없는 두 사돈의 동고동락.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날까? 

사돈 우리 같이 삽시다 / KBS ‘인간극장’

 

◆ 한 지붕 아래 두 사돈 각하가 산다

서로를 사돈 각하라 부르는 여든한 살 재천 씨와 찬복 씨. 기상 시간은 새벽 5시 반, 가족들이 곤히 잠든 시간에 단둘이 아침 식사를 챙긴다. 친정아버지 찬복 씨는 여든한 살에도 학교 안전지킴이로 근무하고 있다. 미백제와 수딩젤, 자외선 차단제까지 크림만 네 가지를 바르는 멋쟁이인데…. 시아버지 재천 씨는 사돈이 차려입을 때면 기생 오라버니 같다면서도 어두운 옷은 새벽에 위험하다며, 출근하는 사돈에게 밝은 옷을 입으라고 참견을 한다.

반대로 바깥 활동에는 영 관심 없는 재천 씨는 사돈의 출근을 배웅하고 나면, 분리수거와 설거지 등 집안 살림을 챙긴다. 함께 사는 5년 동안 친구처럼, 부부처럼 손발이 착착 맞는 두 사돈. 신문지 깔고 앉아 머리 맞대고 파를 다듬고, 빨래도 같이 개고, 장도 같이 보러 다니는데…. 무엇보다 가장 잘 맞는 건 반주로 마시는 막걸리. 둘만의 비밀도 생겨서 아들 딸 모르게 둘이서만 속닥거린다.

집안일은 조금 서툰 찬복 씨지만, 재천 사돈 챙기는 것은 자식들보다 살뜰하다. 무릎이 아픈 사돈을 위해, ‘보물창고’ 옷장에서 꺼낸 족욕기로 족욕을 시켜 주고 생전 아내가 쓰던 반짇고리함을 꺼내 사돈의 구멍 난 바지도 꿰매 준다는데….. 멋쩍어하면서도 그런 사돈이 고마운 재천 씨다. 

5년을 동고동락하고 이제는 깻잎 반찬도 맞들어 떼 주는 사이. 소파 지정석에 앉아 텔레비전 보는 자세까지 닮아간다.

사돈 우리 같이 삽시다 / KBS ‘인간극장’

 

◆ 친정엄마의 유언으로 시작된 한집살이

상견례 때부터 마음이 맞아, 칠순 여행도 함께 다녀왔다는 두 사돈. 어떻게 해서 바깥사돈만 남아, 3대가 한집에 살게 되었을까?

시아버지 재천 씨는 맞벌이하는 아들 며느리를 위해 아내와 함께 손주들을 돌봐주러 전주와 군포를 오가고 있었다. 친정아버지 찬복 씨는 서울의 한 사립중학교에서 31년을 교사로 근무했고 은퇴 후, 아내와 함께 단란한 노후를 보내고 있었다는데….

그런데 5년 전, 영경 씨의 친정어머니께서 암으로 세상을 떠나며 “네가 외동딸이니 아버지를 잘 부탁한다”는 유언을 남겼다. 먼저 아들 집에 계시던 시부모님께서도 흔쾌히 혼자된 사돈을 맞아 주셨고 그렇게 3대가 경기도 군포에서 한집살이를 시작했다.

하지만 1년 뒤, 시어머니가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고, 먼저 혼자 된 슬픔을 겪었던 찬복 씨가 사돈의 위로가 돼 줬다는데…. 동병상련하며 혼자된 서로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헤아리는 두 사돈, 이제는 눈빛만 봐도 안다는 깐부 사이가 됐단다. 

그런데, 요즘 찬복 씨의 눈치가 이상하다. 자꾸만 ‘비둘기 두 마리 보금자리’를 말하더니, ‘J에게’ 노래를 흥얼거리는데…. 사돈에게만 누군가의 사진을 보여 주고, 단둘이 알쏭달쏭한 이야기를 한다. 여든한 살 찬복 씨는 지금 핑크빛 로맨스를 꿈꾸고 있다! 

사돈 우리 같이 삽시다 / KBS ‘인간극장’

 

◆ 아들은 요리부장, 며느리는 오락부장

사돈의 인연을 맺게 해 준 것은 아들 안상현(49) 씨와 외동딸 허영경(48) 씨다. 25년 경력의 베이스 기타 연주자인 상현 씨는 대가족 살림을 책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음악 활동이 줄어, 요즘 손에 물기 마를 날이 없다는데…. 시래기국, 갈치조림, 톳밥, 옻닭까지... 두 아버지를 위한 요리는 맘만 먹으면 뚝딱, 정성껏 챙겨 드리다보니 집밥의 대가가 다 됐다. 주말에는 아내 영경 씨와 아마추어 밴드 활동 중인 상현 씨.베이스 기타 녹음을 해야 하는데, 주부습진 걸린 손이 안 풀린다!

무용 강사였던 영경 씨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보험설계사로 일하고 있다. 여섯 식구의 가장이자 어른들 흥 돋우는 오락부장. 아들 며느리 덕분에 두 사돈은 매일이 팔순 잔치라는데…. 정작 제대로 된 팔순 잔치는 해 드리지 못해, 1박 2일 태안으로 가족여행을 떠나고 두 할아버지를 위해 아들 며느리, 손주들이 특별한 축하공연을 준비한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절대 효자 효부가 아니라며 오히려 두 아버지의 도움으로 아이들을 걱정 없이 키운다는 착한 부부. 그런 엄마 아빠 아래에서 자란 서현(14), 서진(10)이도 심성 고운 손주들이다. 손녀 서진이는 친할아버지가 전주에 내려갈 때면 거금 오천 원을 차비로 챙겨드리는 심청이요, 손자 서현이는 외할아버지와 말투까지 닮아가는 예비 중학생이다.

그러나 행복할 것만 같은 건 이상이고, 요즘 가장 문제는 ‘부족한 방’. 두 아버지가 각방을 쓰시니, 네 식구는 5년째 한방에 복닥이며 살고 있는데…. 손주들은 공부방이 없어, 할아버지들이 주무시고 난 후에 식탁에서 공부를 한다. 모두들 ’자기 방‘을 원하고, 부부의 고민도 깊어간다.

사돈 우리 같이 삽시다 / KBS ‘인간극장’

 

◆ 사돈, 우리 행복합시다!

5년의 동거, 친정아버지 찬복 씨는 다달이 연금과 학교 안전지킴이 월급으로 노후를 보내고 있다. 살림을 합치면서 대가족 생활비를 보태고 있는데, 지출이 점점 늘어 가계부를 쓰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고 좁은 방에 중학교에 올라가는 손주 책상까지 들여놔야 한다니 이래저래 독립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시아버지 재천 씨가 오랜만에 전주집에 내려간 밤. 어딘가 적적한 집안에서 딸 사위와 둘러앉아 저녁 식사를 하던 찬복 씨가 난데없이 독립선언을 하고, 숨겨 왔던 그녀의 목소리를 공개하는데 딸과 사위는 그야말로 놀랄 노자다.

한편, 몇 달 치 고지서가 밀린 전주 집에 온 재천 씨는 전주만 오면 다리가 안 아프다며 고향 친구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지만 혼자 지내는 밤은 쓸쓸하기 그지없어, 내려간 지 며칠 만에 다시 짐을 싸 올라온다.

하루도 조용할 날 없는 한 지붕 3대. 설이 다가오고, 장인과 사위는 명절 장을 본 영수증으로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지만 요리사 상현 씨가 상다리 휘어지게 명절 상을 차려내고, 장인의 마음도 어느새 사르르 녹는다. 한복을 곱게 입은 딸과 손녀, 할아버지가 사준 교복을 입은 손주,
살림하느라 애쓰는 사위까지 3대가 도란도란 새해 덕담을 나눈다. 

열 살부터 여든한 살까지 북적이며 살아도 유쾌한 3대. 그곳에 함께라서 살맛 난다는 두 사돈, 재천 씨와 찬복 씨가 있다. 오늘도 주거니 받거니 막걸리 한 잔에 건네는 인사, 사돈, 우리 앞으로도 행복합시다!

보통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특별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표방하는 KBS 1TV ‘인간극장’은 매주 월~금 오전 7시 50분에 방송된다.

[Queen 이광희 기자] 사진 = KBS 인간극장 ‘사돈 우리 같이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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