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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사건’ 이후로 4년 만에 침묵깨다 변양균 전 청와대 비서실 정책실장
‘신정아 사건’ 이후로 4년 만에 침묵깨다 변양균 전 청와대 비서실 정책실장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2.02.17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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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신정아 사건’은 당시 참여정부의 실세로 기획예산처 장관과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으며 고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두터운 신뢰를 받던 그를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개인적인 명예와 권력을 잃었음은 물론 참여정부 전체에 먹칠을 했다는 ‘마녀사냥’에 가까운 냉혹한 질타를 받으며 철저하게 무너져야 했다. 그 후 2009년 초,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대부분의 공적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확정 받았지만 지극히 사적인 부분과 관련된 스캔들만큼은 주홍글씨처럼 그를 따라다녔다. 그가 세상의 손가락질을 견디다 못해 혹 나쁜 생각을 하지는 않을까 염려스러울 정도로 그는 스스로가 저질렀던 ‘실수’ 이상으로 혹독한 시간을 견뎌야 했다.
그가 그 힘든 시간을 기나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을 당시 본지는 2010년 4월, 경기도 과천 문원동 그의 자택 앞에서 그를 직접 만날 수 있었다. 그때도 사건이 있은 지 3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난 후였지만, 예전 같지 않은 초췌한 모습으로 나타나 여전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음이 짐작됐던 터였다. 한 가지 다행스러웠던 건, 어려운 시기를 겪으며 아내를 비롯한 가족과의 관계가 더욱 진하고 돈독해진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사건 이후 한때 이혼설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사실 아내와 가족은 그가 힘든 시간을 잘 버틸 수 있었던 유일한 안식처였다. 실제로 그의 아내 박미애 씨는 온갖 추측보도가 난무하던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내가 본 남편은 정말 존경스럽고 교과서적으로 살았다. 이러고저러고 얘기해도 나는 하나도 안 믿는다. 나는 우리 남편을 믿지, 아무것도 안 믿는다”라고 말하며 그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렇게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가고 난 후 2012년, 시간은 꽤 많은 것들을 덤덤하게 만들어준 듯 했다. 물론 지난해 발간된 신정아의 에세이처럼 상세한 ‘묘사’는 아니었지만, 그가 처음으로 ‘신정아’에 대해 입을 열었으니 말이다.

이제는 다 털어내고 싶어
그가 발간한 책 <노무현의 따뜻한 경제학>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바치는 변양균 전 실장의 참회의 기록이자, 참여정부의 참모로서 그간 오해가 있었던 노 전 대통령의 경제철학과 가치, 사상을 제대로 알리고자 집필한 것이다. 책의 의미도 의미지만 이 책은 변양균 전 정책실장의 2007년 그 사건 후 첫 입장발표가 될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됐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그도 말을 해야 한다고 판단한 듯 책의 머리말을 통해 “‘신정아 사건’은 내 생애 유일한 시련이었으며 가장 큰 고비였다”며 “나의 불찰이고 뼈아픈 잘못이었지만, 그 결과가 그리 참혹할 줄 몰랐다는 것이 더 큰 불찰이고 잘못이었다”고 고백했다. 덧붙여 자신을 아껴주고 믿어줬던 노 전 대통령과 아내에게 커다란 실망과 상처를 입힌 사실을 사죄했다. 법은 그에게 무죄를 내렸지만 그 스스로가 감당해야 할 분명한 실수와 잘못에 대해서 그는 진심을 다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더 이상은 그 사건과 관련된 오해와 추측에 엮이고 싶지 않다는 뜻을 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낸 신정아의 에세이와 관련해서도 그 책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듯 실제로 그는 한 언론과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답을 하기가 두렵다기보다는 그런 것을 함부로 하면 질서가 무너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답을 하다보면 원래 생각했던 것들이 뭔가 헷갈리게 되니까…. 이제는 모든 것을 다 털고 싶다. 신정아 씨와 관련된 질문은 더 이상 나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이제 4년간의 유폐 생활을 끝내고 새 출발을 하고 싶다.”
이는 그의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쓴 책에 따르면 그의 아내는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야단 칠 일을 가지고 국가가 왜 나서서 야단인지 모르겠다”며 간혹 주변 사람들이 그의 아내를 위로하는 의미로 신정아를 비판하면 “정도 이상으로 지나친 고생을 하고 있지 않느냐, 너무 욕할 필요는 없다”고 얘기할 정도로 덤덤하면서도 의연하게 대처했다고 했다. 두 사람이 입었던 깊은 상처도 30년 이상 쌓아왔던 부부애에 그리고 또 시간에 기대어 조금씩 치유가 되고 있는 듯했다.

소통의 통로 되고파
2010년, 경기도 과천 자택 앞에서 본지 취재진과 만난 그는 더 이상 공직활동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표했다. 이번에 쓴 책 역시 경제학자이자 관료출신으로 지난 정부의 경제론과 앞으로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비전을 제시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실제로 그가 직접적인 정계진출을 계획하고 있지는 않은 듯했다. 사건이 있기 전까지 약 34년간 공직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던 그이기에 갑작스럽고도 불미스럽게 퇴진하고 난 후 아쉬움이 많이 남았을 테지만 이제는 명예와 권력을 취하기보다는 ‘인간답게’ 사는 것에 더 관심이 많다는 뜻을 알리기도 했다. 다만,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블로그(변양균닷컴)를 통해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공유하고 토론하고 싶다. 참여정부 시절 나에게 가장 모자랐던 부분이 바로 ‘소통’인데, 이제는 정책에 시민사회의 뜻이 반영될 수 있도록 일종의 ‘통로’가 되고 싶다”고 전하며 다 함께 더 잘사는 방법을 연구하는 일은 계속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짧지 않은 시간의 공백을 뒤로 하고, 이제 다시 세상을 향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그. 어쩌면 그가 한 ‘실수’ 이상의 혹독한 시간을 버텨온 그이기에 이제는 힘겨운 시간들이 만들어낸 상처에서 벗어나 조금은 더 자유로워질 수 있길 바라본다.


“나의 불찰이고 뼈아픈 잘못이었지만, 그 결과가 그리 참혹할 줄 몰랐다는 것이 더 큰 불찰이고 잘못이었다”
   - 변양균의 <노무현의 따뜻한 경제학>  마침글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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