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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스크에 韓 1%대 성장률도 위태 ... 수출 통한 반등 물 건너가나
차이나 리스크에 韓 1%대 성장률도 위태 ... 수출 통한 반등 물 건너가나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3.08.18 1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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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회복으로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 경제성장률이 낮고 하반기에 높음)를 기대하던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경기 침체가 부동산 위기로까지 번지면서 수출 회복 기대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대내외 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로 1.4% 내외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우려했던 '차이나 리스크'가 현실로 다가오면 이보다 훨씬 더 못한 성적을 거둘 것이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18일 외신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에 빠지면서 부동산 시장을 넘어 금융으로까지 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중국 최대 부동산 업체인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 가든)이 지난 7일 만기가 돌아온 액면가 10억달러(약 1조3400억원) 채권 2종의 이자 2250만달러(약302억원)을 갚지 못해 디폴트 위기가 가시화됐다. 비구이위안은 14일에는 11종 역내 채권 거래를 중단했다.  

위안양, 완다, 룽후 등 다른 부동산 업체들도 디폴트 위기에 놓였거나, 자금난을 겪는다는 소문이 돌아 연쇄 디폴트 위험성이 커졌다.

부동산 위기는 금융권 전반과 지방정부로도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 14일 대형 부동산 신탁사인 중룽국제신탁이 만기 상품 상환을 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사태가 금융 전체 위기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부동산 업체에 토지 사용권을 판매해 재정을 충당했던 중국 지방정부의 재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부동산발 위기는 내수침체로 디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중국 경제 상황과 맞물려 경기 회복에 치명타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10~20년 동안 중국이 부동산 시장 활황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끌었지만, 이러한 방식이 이제 불가능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對)중국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중국 경제 위기는 수출 감소와 성장률 하락 등의 심대한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지난 1~7월 기준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품목인 메모리반도체의 대중국 수출 비중이 거의 절반(45%, 112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대중국 의존도가 높다.

앞서 정부는 지난 11일 '8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경기 둔화 흐름이 일부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판단에는 반도체 등 주력 품목 수출이 물량 위주로 회복하고 있다는 점이 작용했다.

중국의 부동산과 디플레이션 위기에 경기 침체가 심화할수록 수입이 줄어 우리 수출 회복세에 제동이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된다. 가을이면 지난 7월까지 10개월 연속 전년동기 대비 감소세인 수출액이 '플러스(+)' 전환할 것이란 정부 전망이 위태로워지는 셈이다.

중국 수입 물량은 리오프닝 이후에도 나타난 경기 둔화 양상 탓에 가뜩이나 저조한 상태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의 수입은 지난해보다 6.7% 감소했다. 이 중 한국의 대중 수출 감소율은 해관이 '주요 국가·지역'으로 분류한 23곳 중 가장 높은 24.9%였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6~7월 나타난 무역수지 흑자는 수입액이 줄어 나타난 흑자이고, 진정한 의미의 흑자를 달성하기 위해선 수출액이 늘어야 한다"며 "중국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수출액 증가 달성에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부동산 위기는 수출 등 실물경제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을 통해서도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강 교수는 "중국의 주식과 채권시장이 폭락할 경우 전염 효과로 한국 금융시장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전날(1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5.1원 오른 1342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중국 부동산발 경기 불안 확산에 달러·원 환율이 석 달 만에 연고점을 기록한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당장 우리 금융시장, 회사에 직접적인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라면서도 "다만 중국 경제는 우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주변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중국의 경제 위기가 향후 심화하면 최근 1.4% 내외로 내려온 각 기관들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인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학계 등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상저하고 전망을 유지하기보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을 기존 1.6%에서 0.2%p 낮춘 1.4%로 내다봤다. IMF도 올해 전망을 1.5%에서 1.4%로 내렸고, ADB는 1.5%에서 1.3%로 하향했다.

가장 최근인 10일에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소(KDI)가 지난 5월 예상과 동일한 1.5%를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중국 경제가 살아나지 못하거나,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 성장세가 전망보다 큰 폭으로 하회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존 성장률 전망치인 1.4%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정부가 상저하고 전망을 유지하기보다는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강 교수도 "하반기 중국 경제 성장률이 좋아지면서 우리나라 수출도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중국에서 금융위기와 디플레이션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인 만큼 수출 회복에 대한 기대를 접어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더는 중국만 쳐다보고 있을 수 없다"며 "정부가 중국발 위기의 파급력을 파악해 기업에 정보를 제공하고, 매출이 줄어든 경우를 대비해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퀸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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