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충청남도 태안군 학암포 캠핑 이야기
충청남도 태안군 학암포 캠핑 이야기
  • 박소이 기자
  • 승인 2014.07.12 23: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스ㆍ전기등 없는 자연의 시간을 만끽하다

충청남도 태안군 학암포 - 달그락 덜그럭 캠핑 이야기
가스ㆍ전기등 없는 자연의 시간을 만끽하다

▲ 한여름, 촛불 켠 학암포 캠핑장의 밤


글 최문주(자유기고가) | 사진 양계탁(월간 MOUNTAIN 기자) | 취재협조 코베아

캠핑을 위해 꾸린 짐 속에 우리는 양초를 몇 개 챙겨 넣었다.
캠핑장에서의 늦은 밤, 가스나 기름, 전기를 사용한 불빛이 아닌 촛불에 잠시 의지하고 싶어서였다.
요새는 캠핑장에서도 전기를 끌어다 사용하는 일이 흔하다. 웬만한 캠핑장들이 전기지원 설비를 갖추어 놓아서 겨울엔 전기장판, 전기난로를 당연히 사용하고 텐트 안에서 노트북으로 영화 감상하는 풍경도 쉽게 볼 수 있다. 시설 좋은 캠핑장에서는 더운 물로 샤워도 마음껏 할 수 있는데, 특히 아이들을 데리고 갈 때 걱정이 조금은 덜어진다.
캠핑을 가서 전기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밥을 하고 등을 켜기 위해 최소한 가스, 석유연료는 꼭 필요하다. 대개 오토캠핑을 하기에 차로 이동하는데 이때도 화석연료를 사용하게 된다.
거기에 이산화탄소와 매연까지 덤으로 내뿜고 내달려왔다. 하지만 캠핑이란 본디 자연을 빌려 자연 속에 잠시 머물 집을 짓는 일이다. 캠핑을 와서까지 내 집처럼 편히 사용하지 못해 너무 안달한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어느 순간 스치듯 지나갔다. 잠시 쉬는 시간을 갖고 머뭇거리고 싶어졌다. 바로 에너지에 의존하지 않는 자연의 시간을 찾아서.

▲ 촛불은 아이에게 '깜깜한 밤은 잠을 자야 할 시간'이라는 자연의 이치를 알려주었는지 모른다

“깜깜한 밤은 잠을 자야 할 시간”

늦은 저녁 식사 후 사이트에 있던 가스등을 끄자 화로의 잔불과 이웃 텐트에서 새어나오는 흐릿한 불빛만이 탁자와 의자, 텐트의 위치를 짐작하게 할 정도로 어두워졌다. 저녁에 구워먹은 가리비 껍질이 즉석에서 초 받침대가 되었고, 식탁 위에 초를 켜고 마주 앉자 세상에 우리식구만 있는 듯 고요해졌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텐트 주변을 돌아다니며 장난거리가 없나 궁리하던 아들 녀석이 어느새 얌전히 촛불 앞에 앉았다. 촛불을 앞에 두자 엄마가 하는 이야기에 좀 더 귀를 기울이는 눈치다.
촛불은 집중의 시간을 준다. 일렁이는 작은 불빛을 바라보다보면 이내 차분해지고 내 속을 잠시 들여다보게 된다. 마음 속 깊은 곳에 들어있던 소망이 움트기도 하고, 무언가 간절히 바라게도 된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두 눈을 껌벅껌벅 하더니 얼마 안 가 하품을 하기 시작했다. 촛불은 아이에게 “깜깜한 밤은 잠을 자야 할 시간”이라는 자연의 이치를 알려주었는지 모른다.

자연에서 빌린 하룻밤, 우리는 손님

▲ 캠핑장에서의 해먹은 아이들의 훌륭한 놀이기구
살림살이를 싸고 이고 지고, 또 어딘가에 집을 짓고 살림을 풀어내면서 이루어지는 캠핑에는 항상 달그락 덜그럭 소리가 난다. 촛불을 보며 우리는 우리의 캠핑이 너무 요란하지 않기를 바라본다. 자연에게서 빌리는 하룻밤이니 조금은 겸손한 손님의 자세를 취하는 것이 예의가 아닌가 싶은 것이다. 아이에게는 달빛의 고요함이나 물길의 자연스러움을 바라볼 수 있는 여행이면 충분하다 싶다.
덤으로, 캠핑장에서 촛불을 켜면 조금 더 농도 짙은 밤을 보내게 된다. 주변은 더 조용해지고, 서로의 얼굴과 이야기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단, 텐트 안에서 촛불을 켜는 것은 화재의 위험이 있으므로 금물.
달그락, 덜그럭, 학암포 바닷바람 속에 밤이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원유유출 사고 후 다시 일어서는 땅, 태안

충남 태안 해안의 북쪽 끝에 위치한 학암포를 찾게 된 데에는 얼마 전 천리포 수목원을 다녀온 것이 연이 되었다. 빼어난 수목 경관을 자랑하는 수목원을 둘러보고 가까이 만리포 해변에서 잠시 물놀이를 했는데, 해풍에서 전해지는 짭조름한 냄새와 바다에서 밀려 온 해무로 인해 더해진 숲길의 신비로움, 그리고 해변의 고즈넉함에 흠뻑 매료되었더랬다.
같은 서해 태안지역이라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아 북적이는 흥이 있는 안면도나 몽산포와 다른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인근에 오토 캠핑장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단번에 학암포를 택했다.
학암포 오토캠핑장은 2007년 서해 원유유출 사고 이후 침체된 태안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태안해안국립공원이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샤워장, 취사장,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이 최신 시설로 제법 깔끔하게 갖춰져 있는 편이다.
걸어서 3~4분 거리에 해변이 있고 서해안 특유의 해안사구와 습지, 생태 환경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자연 탐방로가 바로 인접해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태안해안국립공원은 우리나라 국립공원 중 몇 안되는 해안을 끼고 있는 곳인데, 학암포를 비롯해 태안 해변 전체가 해안사구와 곰솔림, 사구습지 등 독특한 해안 생태의 특징을 간직하고 있는 지역이다. 우리는 탐방 안내를 요청해 자연탐방로에서 무료로 생태해설을 들을 수 있었다.

▲ 검은 소나무 숲인 곰솔림을 벗어나면 해안습지가 나타난다

곰솔, 사구, 습지 등 해안 생태의 보고

태안 해변길을 따라 볼 수 있는 해안사구는 특히 희귀동식물의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짠 바람을 맞으면서도 고운 분홍색 꽃을 흐드러지게 피운 갯메꽃, 해녀가 순비질하듯 땅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옆으로 자라나는 순비기나무, 흔히 보는 갈대처럼 보이지만 바다와 가장 가까운 곳 거친 바닷바람에 맞서 황폐한 땅의 개척자 역할을 하는 갯그령 등이 바로 사구식물들의 질긴 생명력을 대변하고 있었다.
아이들과 바닷가에서 놀다보면 아늑하고 평화로운 기분에 쉽게 빠져들게 된다. 여름, 바다는 아이들에게 그 자체로 신나는 놀이터다. 그러나 바다는 거대하고 때로 변화무쌍하게 사납고 거칠어지기도 한다. 더구나 인간이 저지른 재난처럼 명백하게 자연을 성나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어쩌면 거친 바다를 끼고 사는 생명들은 지금 용서와 인내로 그 생명력을 다시 발휘하며 일어서고 있는 중일지 모른다.

▲ 장작은 캠핑장내 매점에서 사거나 인근 슈퍼에서 구입할 수 있다

- information -

태안 ‘해변길’을 따라 걷다

북한산 둘레길, 제주 올레길, 지리산 숲길이 있다면, 태안에는 해변길이 있다. 태안해안국립공원이 원유유출 사고 후 침체된 태안 지역의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지난해부터 해안가, 마을길, 샛길과 방제도로를 연결하는 해변길 조성사업을 진행 중인데,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걷는 태안 해변길은 걷기에 목마른 순례자들에게 또 다른 세계를 안내한다. 바다를 바라보며 걷다 검은 소나무 숲인 곰솔림에 들어서고, 해안 사구 탐방로를 지나 어느새 마을을 끼고 도는 식으로 굽이굽이 연결된다.
몽산포에서 드르니항으로 이어지는 솔모랫길 구간과 백사장항에서 꽃지에 이르는 노을길이 지난해 개통한 상태이며, 올해에는 학암포에서 신두리, 그리고 신두리에서 만리포에 이르는 바라길 1, 2구간이 개통 예정에 있다. 만리포에서 몽산포에 이르는 구간은 뱃길로 연결된다.
문의 : 태안해안국립공원사무소 http://taean.knps.or.kr/ 041-672-9737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