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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 40년간 쓴 글 모은 유고집 '나의 딸의 딸'
최인호 40년간 쓴 글 모은 유고집 '나의 딸의 딸'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10.13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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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책

‘딸 바보·손녀 바보’의 애틋한 사랑 고백

딸과 손녀가 어떻게 자신에게 온 것인지 끊임없이 경탄하는 아버지, 할아버지의 마음에 대해 뭐라 더 덧붙일 수 있을까. <나의 딸의 딸>은 지난해 타계한 최인호 작가가 생전 딸과 손녀에 대해 40년간 써온 글을 모은 유고집이다. 책은 그저 개인적인 추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삶의 경이와 근원을 발견한다.

글 이시종 기자 | 사진 매거진플러스

“작가 최인호가 40년간 써내려간 딸의 이야기 그리고 그 딸의 딸에 대한 사랑”

 
“아버지에게 딸은 누구인가. 그 딸은 어디서 어떻게 따님이 되어 오신 것일까. 그리고 그 딸에게 있어 아버지인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신기하고 신기하구나.”
“내게 온 너는 누구인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만난 우리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참으로 알 수가 없구나.”

최인호 작가는 마음의 기둥이자 집의 수호신인 딸의 방에 무심히 들어가 서랍 속 잡동사니를 정리하다가 비밀스러운 고민을 훔쳐보고, 신혼여행을 떠난 딸의 방을 들여다보다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사춘기 봄나무가 돼 광기 어린 꽃봉오리가 벌어지고 있는 딸을 위한 아버지의 기도는 아름답다.

딸과 손녀에 대한 사랑 고백

이 책은 작가 최인호가 작고하기 전 책의 제목을 <나의 딸의 딸>이라 지어 두고 사랑하는 딸 다혜와 그의 딸, 손녀 정원이에 대한 글을 꾸준히 써나갔던 것을 엮은 책이다. 이 책은 1부 작가의 딸 다혜의 이야기와 2부 그 딸의 딸, 즉 작가의 외손녀 정원이의 이야기로 나뉜다. 저자는 40년에 이르는 세월을 사랑과 경이로움의 시선으로 기록했다. 또한 책의 표지와 내지에 들어갈 그림으로 아빠가 평소에 좋아했던 화가인 딸 다혜의 그림들이 수록되어 있다.

책은 긴 사랑 고백 그 자체다. 딸 다혜, 그리고 손녀 정원에게 이어지는 맹목적이고 열렬한 사랑이 빼곡하다. 작가 최인호의 딸과 손녀 사랑이 여느 아버지나 할아버지와 비슷하겠지만 사실 유별나게 멋지다. 손녀 방에 사랑 고백을 담은 보물 쪽지 10장을 숨겨 두고 “정원이에 대한 그리움은 첫사랑의 열병보다 혹독하고, 정염의 화염보다 뜨겁고, 마약과 알코올보다 강하다”고 고백하는 할아버지가 흔치는 않을 것 같다.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고 살았던 작가는 할아버지가 된 뒤 온 나라 말을 배워 손녀에게 사랑을 전한다.
“정원아, 아이 러브 유, 아이시떼이루, 워 아이 니, 이히 리베 디히, 쥬 뗌므, 띠 아모, 야이 엘스케르 다이….” 손녀에게 외할아버지가 좋냐, 친할아버지가 좋냐는 유치찬란한 질문을 자꾸 던져 기어이 외할아버지라는 답을 듣고 나서 삶은 찬란하다고 노래한다.

유명한 악필이었던 작가는 유일하게 손녀에게 쓴 편지에만 또박또박한 글씨를 정성껏 썼다. “사랑하는 정원에게. 할아버지는 정원이가 있어 이번 여름에 긴 병과 싸울 때 힘을 얻을 수 있었어. 정원아. 정말 고마워. 정원이가 내 옆에 있는 게 마치 수호천사가 있는 것 같았어. 정원이의 편지처럼 할아버지는 울지 않을게.”

 
이 책 표지와 내지에는 화가인 딸 다혜가 그린 그림이 쓰였다. 딸이 부담을 느낄까 봐 걱정한 작가는 생전에는 한 번도 딸에게 자신의 책 표지를 그려 달라고 부탁한 적이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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