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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 한국 영화의 상징이 되다
전도연, 한국 영화의 상징이 되다
  • 이윤지 기자
  • 승인 2014.07.02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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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0회 칸 영화제에서 영화 <밀양>(감독 이창동)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전도연이 2014년 67회 칸에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 우리 영화계는 놀랍고 반가운 마음들로 분주하게 소식을 전했고, 전도연은 이 전무후무한 부름 앞에서도 담담하고 차분했다.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였다.

취재 이윤지 기자 | 사진 매니지먼트 숲,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 최초의 국제 메이저 시상식 수상자, 그리고 심사위원까지. 영화 <밀양>으로 세계인과 마주한 배우 전도연은 주어진 인물을 연기하는 것 이상의 무엇을 가진, '비범한 가면'을 쓰는 재주가 탁월한 사람이다. 평범한 듯 쉽게 잊히지 않는 표정은 전도연이 어느 곳에서 누구를 말하고 있듯 유사한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칸 영화제는 전도연에게 '한국에서 가장 믿을 수 있고, 사랑받는 배우'라는 표현을 썼고 9인의 경쟁부문 심사위원 중 1인이 된 전도연은 칸에 노미네이트된 국내 작품들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전도연 스스로의 소감은 '긴장되고 영광스럽다'였다. 겸양한 그 말은 여배우의 품격을 더욱 빛나게 했다. 국내 비평계를 비롯한 대중 역시 전도연의 '보는 눈'에 대한 무언의 신뢰를 품은 듯했다. 전도연이 남달랐던 것은 단순히 연기의 스킬만은 아니었다는 뜻.

 
전도연, 어제와 오늘

상큼한 웃음으로 브라운관에 처음 등장했던 소녀 전도연, 시작은 CF였다. 20여 편이 넘는 주연작을 하나하나 다 살펴보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정도.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으로 이름을 알리고 첫 영화 <접속>이 히트를 치고부터 전도연은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단순히 인물을 빠르게 흡수해 금세 친근하고 평범한 우리 옆의 누군가로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전도연의 극 속에는 '전도연'이 없다"는 호평도 혹평도 아닌 중간쯤의 평을 듣기도 했다. 전도연이 연기하는 인물에 대한 몰입도는 여느 배우들의 것과는 다르다. <접속>의 여인2를 보던 우리는 오랫동안 PC 앞에서 인공눈물로 사랑을 갈망하던 그녀에게서 헤어나오지 못했고 <약속>에서 제 가슴을 치며 울던 희주의 아린 눈물의 기억을 여태 간직하고 있다. 깔깔대는 웃음과 찌릿하게 흘겨보는 눈빛, 경쾌한 여자들을 연기했던 모습 역시 일일이 되짚기에 벅차다.
처음부터 화려하지는 않았다. 서울예술대(구 서울예전)를 졸업한 배우지망생 전도연은 원서를 낼 당시 친구 따라 갔다가 친구는 떨어지고 생각지도 않게 합격했다는 아주 뻔한 동기를 가지고 있다. 졸업 후 MBC 공채 탤런트 시험에 응시하고 불합격했지만 첫 CF를 통해 만났던 PD의 추천으로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에 합류했던 것이 이후의 길을 마련해 줬다. 전도연은 자신의 연기론, 연기에 관한 특별한 열망을 쉽게 말하는 배우가 아니다. <접속>으로 각종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휩쓴 전도연에게 지금만큼이나 사람들은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전도연은 지나침 없이 그러나 자신에 대한 조금의 의심도 없이 미소 지었다.
파격적인 불륜을 연기한 <해피엔드>를 택해 놀라움을 주는 한편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로 또 다른 파격을 선사하고 류승완 감독과의 액션을 선택하기도 했다. 사극 <스캔들>의 고요하고 처연한 뒷모습은 다시금 관객에게 '처음 보는 전도연'을 각인시켰다. 큰 사랑을 받았던 영화 <인어공주>, <너는 내 운명>은 전도연 이외의 대안을 찾기 어려운 작품들이었다. 어느 때부터인가 '연기가 빛났다'라는 말은 전도연에게 특별한 수식이 되지 않았다.

 
전도연이 가는 길

<밀양>은 이제 전도연을 말할 때 짚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 됐다. 주인공 '신애'를 연기하며 인간의 고통스러운 갈등과 삶의 섬뜩한 이면을 표현한 전도연은 참 외롭고 아파 보였다. 이창동 감독은 작업 당시 한 인터뷰를 통해 "전도연은 진폭이 큰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배우다. 내가 만약 그녀를 괴롭혔다면 관객도 예상하지 못한, 나도 예상하지 못한, 전도연 본인도 예상하지 못한 감정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영화에 그 감정이 순간순간 다 담겨 있다. 정말 예상하거나 규정할 수 없는 배우다"라고 평가했다. 2004년 프랑스 오를리 국제공항, 30대 한국인 주부가 마약 운반범으로 검거된다. 여권에 처음 도장이 찍히던 날, 생활비를 벌기 위해 가이아나에서 프랑스로 원석을 운반하게 되는 아내, 그러나 그것은 마약이었다. 프랑스에서 마약범으로 몰려 교도소에 수감된 그녀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사랑하는 남편과 딸이 세상 전부인 평범한 여자의 이야기 <집으로 가는 길>에서의 전도연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암울함을 연기해야 했다.

 
한 영화 매체 인터뷰에서 전도연은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영문도 모른 채 긴 세월을 대서양 외딴 섬 교도소에서 보내야 했던 한 평범한 주부의 이야기가 굉장히 흥미로우면서도 가슴 아팠다. 특히 실제 사건이라는 점이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다. 이것은 '송정연' 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도 될 수 있는 것"이라며 <집으로 가는 길>이 내포하고 있는 공감의 화두를 강조했다. 또한 "여태까지 찍은 영화 중 가장 긴장도 많이 하고 걱정도 많고 두려움도 많았던 작품"이라며 "스스로에 대한 의심과 여러 가지로 굉장히 힘든 시간이었다. 육체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상당했다"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정연을 연기할 때에는 구르고 넘어지는 모든 장면들을 모두 수갑을 찬 채 해야 했고, 수갑을 차고 도망가다 냇가 같은 곳에서 구르기도 했다. 정연의 감정이 너무 고되어서 나중에는 차라리 몸이 힘든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단다.

영화를 다루고 있는 작품을 작업하고 보니 관객들이 <집으로 가는 길>을 무섭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들기도 했다는 전도연. 실제 주인공 장미정 씨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과연 전도연은 내면에 있던 인물을 끄집어내는 것 이상의 경지를 지닌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새 인물과 상황을 만나 그 인생을 매번 다시 시작하고 온몸을 다해 그 순간을 살아낸다. 그녀는 현재 영화 <무뢰한>을 차기작으로 결정하고 본격적인 촬영 준비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작품은 형사와 그가 쫓는 살인 사건 용의자의 여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피할 수 없는 사랑을 그렸다. 극중 전도연은 형사의 정체를 모른 채 그에게 흔들리는 살인자의 애인이자 술집 마담인 혜경 역을 맡았다.
너무 많은 인물을 연기했고 해외 영화계에서의 영향력까지 갖추게 된 전도연이 더 보여줄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없는 게 아닌가라는 기우에도 그녀가 경험해 봐야 할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즐겁게도 새로운 전도연을 볼 기회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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