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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이 살던 그 땅에 상륙하다
홍길동이 살던 그 땅에 상륙하다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06.28 0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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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산-전북 부안군 위도 3봉 종주

 
섬은 언제나 묘한 매력으로 사람들을 이끈다. 그래서 계절에 관계없이 섬은 늘 도시인의 마음 한편에 떠 있는 영원한 노스탤지어다. 고슴도치와 같이 생겼다 하며 이름 붙은 위도(蝟島)는 소설 <홍길동전>에서 이야기하는 ‘율도국’의 실제 모델로도 알려져 있다. 육지에서 15km 남짓 떨어져 있는 이 섬이 유토피아의 모델이 될 수 있었던 건 풍요로운 바다 덕분이다. 위도 근해는 서해의 고기떼들이 모여드는 청정한 바다로, 사실 산보다도 낚시꾼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다.

글·사진 이영준 기자

▲ 사진 01
▲ 사진 02







▲ 사진 03







▲ 사진 04












 


<사진설명>
01 도제봉에서 망월봉으로 향하고 있는 취재팀. 위도 최고봉 망월봉은 높이 250여m에 불과하지만 해발 0m에서 출발하므로 제법 땀을 흘려야 한다. 02 망금봉에서 내려서고 있는 취재팀 앞으로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가운데 봉우리가 도제봉, 그 뒤 봉우리가 망월봉이다. 03 등산로 곳곳에는 안내표지판이 설치돼 있지만 현재 위치를 확인하는 것 말고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04 위도 산행은 계속 뙤약볕이 내리쬐므로 물을 넉넉히 준비하고 모자와 긴팔 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도제봉으로 향하고 있는 취재팀.

<홍길동전>의 무대가 된 ‘율도국’ 위도

‘칠산어장’이라고 불리는 위도 주변은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매일 고깃배 수백 척이 몰려들어 파시(波市)를 이루었다고 한다. 연평도, 흑산도와 함께 서해 3대 파시로 유명했던 위도 파시에서 거래된 조기는 고가의 영광굴비로 팔려나갔고, 위도에서는 ‘사흘 일하고 일년 먹고산다’는 말이 나돌 만큼 호황을 이루었다고 한다.
오순도순 살아가던 1500여명 남짓한 섬사람들에게는 지난 1993년 가을 카페리호 침몰과 2000년대 초반 핵폐기장 건설 등 거센 파도가 밀어닥치기도 했지만, 여전히 바다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잠잠하기만 하고, 사람들도 가끔씩 밀려오는 해일 같은 슬픔만이 아니라면, 늘 밀물과 썰물처럼 살아가고 있다.
배에서 내리면 대기하고 있는 버스에 너도 나도 올라타게 된다. 섬에 한 대 뿐인 버스는 마을 사람들의 주요 교통수단과 동시에 외지에서 섬을 찾는 사람들의 친절한 가이드 역할도 한다.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마이크를 잡아든 운전사는 ‘왼쪽 오른쪽’을 연발하며 위도의 역사와 자연환경을 설명한다.
“왼쪽에 보이는 산이 위도 최고봉 망월봉입니다. 산에 올라 달을 본다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지요. 오른쪽으로는 정금도와 잠수교가 있습니다. 잠수교는 서울에만 있는 게 아니지요. 길가에 널어놓은 멸치를 보세요. 위도 사람들은 멸치하고 쌀하고 바꿔먹습니다~.”
위도의 3개 봉을 모두 잇는 산행은 약 12km로 출발은 전막마을에서 시작해 선착장이 있는 진리로 내려오는 것이 좋다. 전막마을에서 내려 도로를 따라 산능선과 만나는 곳까지 오르자 이정표와 계단이 있는 산길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위도의 3개 봉우리에 공식적으로 등산로가 생긴 것은 2006년의 일로, 버스기사가 했던 말을 빌리자면, 그는 “섬에 고기잡이도 안되고 하니 이제 관광 수입으로라도 좀 먹고 살라고 하고 있습니다”라고 했었다. 등산인구의 증가가 가져온 변화다.
전막마을에서 시작하는 등산로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달아놓은 리본이 눈에 띄어 여느 산길과도 같았지만, 막상 등산로로 접어드니 한동안 인적이 없었던 듯 온통 거미줄투성이에 잡풀들이 발목을 잡았다. 초입 계단길 100여m를 지나며 부터는 아예 등산로라고 보기에도 어려운 원시림 같다.
첫 번째 목적지인 망금봉은 시작부터 건너다보이긴 하지만 실제 걸어보면 꽤나 먼 거리다. 크고 작은 봉우리를 서너 개 넘어서야 그 정상에 다다를 수 있는데, 다행인 건 어떤 오르막이라도 십여 분 남짓만 헐떡이다 보면 올라설 수 있다는 것이다. 수풀을 헤치고 30여분을 지나면 대리마을과 논금마을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나타나고, 다시 40분 정도 더 가면 내원암과 소리마을로 내려서는 길과 만난다.
내원암은 위도에 유일한 사찰이기도 하다. 표지판이 있는 해발 241.8m의 망금봉 정상은 사방이 나무로 가려 별다른 조망은 없다. 이후 가파른 내리막길을 따라가면 위도의 동과 서를 잇는 작은 도로를 건너게 되고 다시 길은 오르막으로 바뀐다. 철조망을 따라 가파른 비탈을 10여분 오르면 동래 정씨 무덤 20여기가 모여 있는 공동묘지가 나타난다. 줄곧 완만한 산길을 오르는 동안 왼쪽으로는 위도에 하나 뿐인 저수지가 발 아래 보인다.
도제봉은 높이 154m로 위도의 3개 봉우리 중 가장 높이가 낮다. 도제봉은 봉수산이라고도 불리며, 봉화를 피워 올렸던 곳이라고 전해진다. 매년 정월 초이튿날 섬의 태평과 풍어를 기원하며 도제(島際)를 지내는 곳이라 이름도 그렇게 바뀌었다는 이야기다.
도제봉 오르막이 시작되는 진말고개에 닿았다면 전체 종주로의 절반을 온 것이다. 시간에 따라 당일산행인데 늦어졌다면 뱃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하므로, 이곳에서 지나는 차라도 얻어 타고 돌아가는 게 좋다.
도제봉 정상까지는 30여분이 걸리며, 이곳에서는 바로 눈앞에 위도의 주봉인 망월봉(254.9m)이 펼쳐진다. 망월봉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가파른 암벽이 곳곳에 드러나 있지만 오르기에 크게 어렵지는 않아 보인다.
마지막 봉우리인 만월봉은 초입에 서있는 표지판에는 정상까지 1km라고 쓰여 있지만, 그보다는 조금 거리가 짧은 것 같다. 로프가 묶여있는 길을 따라 오르며 사방 조망이 트여 지금까지 온 길 중 가장 볼거리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정상에는 고슴도치 모양의 조형물이 있어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되어있고, 벤치도 있어 쉬어가기 좋다. 선착장까지 내려가는 길은 30여 분이면 충분하다.

<위도 산행 길잡이>

▲ 위도 파징금항
전북 부안군에 속하는 위도는 격포항에서 서쪽으로 15km 떨어져 있는 섬이다. 주민 1500여명이 살고 있는 제법 큰 섬으로, 배를 타고 50여분이면 닿을 수 있어 사철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위도에는 최고봉인 망월봉(254.9m)과 도제봉(154m), 망금봉(241.8m)을 잇는 12km 길이의 등산로가 나있으며, 시간과 체력에 따라 각각 코스를 조절해 산행할 수도 있다.

-산길
부안군에서 안내하는 위도 산길은 총 3개의 코스로 나뉘어있다. 위령탑에서 시작하는 1코스가 가장 짧고, 위도해수욕장과 도제봉~망월봉을 잇는 2코스, 전막마을에서 망금봉을 오르는 3코스가 그것이다.

▲ 서해페리오 참사 위령탑
각각의 코스를 따를 수도 있고 3개 산을 모두 이어 종주할 수도 있는데, 완전 종주를 하면 6시간여가 걸려 하루 산행코스로 적당하다. 파장금항에서 내려 서해페리호 위령탑이 있는 공원에서 시작하거나 전막마을에서 거꾸로 종주해 올 수도 있다. 전막마을 쪽에는 별다른 편의시설이 없으므로 산행 후 여유를 가지려면 그쪽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낫다.
전막마을에서 섬 끝단 도로와 만나는 능선부터 등산로가 시작된다. 초입에는 나무계단이 놓여 있어 들머리를 찾기 쉽다. 하지만 50여m쯤 오르면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은 탓에 곧 무성한 숲길로 접어들며 등산로도 희미해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안개가 자주 끼니 나침반을 휴대하는 것이 좋다.
망금봉까지는 크고 작은 봉우리를 3개 넘어야 한다. 경사가 가파르지는 않지만 꽤 지루한 길이다. 하지만 어떤 봉우리도 10~20여분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어 크게 힘이 들지는 않는다.
망금봉에서 길을 따라 내려오면 첫 번째 도로와 만난다. 종주 중 도로를 총 3번 건너야 하는데, 산행 중 탈출지점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도로에서 곧이어 절벽을 깎아놓은 곳을 끼고 돌아 5분을 오르면 무덤 20여기가 있는 묘지가 나온다. 정상의 경계가 희미한 크고 작은 봉우리를 2개 넘으면 위도 보건소가 있는 도로와 다시 만난다.
도로에서 계단길을 따라 20여분 오르면 도제봉 정상이다.
도제봉 정상에서 내리막을 내려오면 다시 위도 관아가 있는 좁은 도로와 만나고 마지막 망월봉만을 남겨둔다. 망월봉 오르는 길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잘 정비된 등산로다. 오르막길이 급하고 바위지대로 되어있어 곳곳에 굵은 로프를 설치해 놓았다. 정상까지는 30여분이 걸리며, 헬기장이 있는 너른 정상에는 고슴도치 조형물이 있어 기념사진을 찍기 좋다. 위령탑이 있는 산행 종점까지는 20여분이면 된다. 위령탑에서 파장금항으로 돌아가는 길은 도로를 따라 20여분을 걸어야 한다. 산행 중 물을 구할 곳이 없고, 여름이면 뙤약볕이라 물도 많이 먹게 되므로 1리터 이상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교통과 숙박

▲ 격포항 터미널
위도에 가려면 먼저 부안 격포항까지 가야 한다. 대중교통편은 서울 강남고속터미널에서 부안까지 하루 12회(06:50~19:30) 고속버스가 운행하며 부안에서 격포까지는 하루 24회(06:30~20:00) 시외버스가 운행한다. 격포항에서 위도 가는 배는 월~금요일 하루 7회(07:30 09:30 11:10(목요일 결항) 12:50(화요일 결항) 14:30 15:00 17:50) 운항하며 위도에서 격포로 나오는 배는 6회 운항한다.(첫배 07:30 막배 17:40) 주말과 공휴
일에는 각각 8회 운항하지만 위도에서 격포로 나오는 막배 시간은 같다. 뱃삯은 어른 편도 7,550원이다. 미리 운항 일정을 체크해 보고 가는 것이 좋으며, 위도에서 나오는 막배는 매우 혼잡하므로 가능한 그 이전 배편을 이용하는 것이 낫다. (격포여객터미널 063-581-0023, 위도터미널 063-581-0122) 위도 선착장에 내리면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버스 요금은 1천원. 택시를 이용하거나(섬 일주 2만5천원) 자전거를 빌려 탈 수도 있다. 위도 전체를 도는 순환도로는 24km에 이른다. 위도 내에는 민박과 펜션 등이 20여 곳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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