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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여가생활,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은퇴 후 여가생활,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 복혜미
  • 승인 2014.05.30 0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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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지숭(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ㅣ 사진 매거진플러스

얼마 전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필자에게 물었다. “난 정말 은퇴하고 싶어. 그런데 은퇴하고 나서 어떻게 살지가 고민이야.” 50대 후반의 이 싱글 여성은 고등학교 교사로 오랜 기간 재직했는데 교사로서의 삶을 접고 이제는 좀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명예퇴직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필자는 별 생각 없이 대꾸했다. “선생님, 뭐가 걱정이세요. 은퇴하시면 사학연금도 매월 여유 있게 받으실 텐데.” 그러자 그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막상 은퇴하면 뭘 하며 지내야 할지 모르겠어. 스페인으로 여행 갈려고 해. 그런데 여행도 한두 번이지. 애들 가르치는 것 말고는 뭐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은퇴 전후의 중년들이 대체로 이런 고민을 안고 산다. 교사 공무원으로 은퇴하면 노후가 안정적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은퇴 후 몇 십 년의 여생을 어떻게 지내야 할지를 고민한다. 노후준비라고 하면 대개는 재무적인 준비를 떠올리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다. 돈과 행복은 비례관계이지만 돈이 아무리 많아도 어느 수준에 이르면 더 이상 행복이 커지지 않는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두고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s Paradox)이라 부른다. 국내외 연구들을 살펴봐도 노년기에 행복을 증폭시키는 요인들은 물질적인 것보다는 비물질적인 것들이다. 배우자와의 관계, 친구들과의 친밀한 유대감, 의미와 보람을 느끼게 해 주는 활동 등 내적인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 요인들이 삶의 질을 높여준다. 건강 수명이 길어지면서 은퇴 후 여생도 늘어났다. 60세에 은퇴한다고 가정하면 약 10만 시간의 여가 시간이 주어진다. 노후소득이 어느 정도 보장된 사람들에게 노후준비의 가장 큰 과제는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최근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에서 한국인의 은퇴준비지수를 발표했다. 이번 지수는 영역을 크게 재무, 건강, 활동, 관계로 나눠 아직 은퇴하지 않은 사람들의 은퇴준비 수준을 점수화한 것이다. 연구팀은 은퇴지수가 100점 만점에 50점 미만이면 빨간불, 70점 미만이면 노란불, 70점 이상이면 파란불로 구분했다. 4개 영역 중 은퇴 후 활기찬 삶을 위한 준비 정도를 뜻하는 활동지수는 평균 54.3점으로 노란불이었다. 활동지수가 노란불이라는 건 은퇴 후 ‘놀거리, 할거리’를 지금부터 준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계획을 세워 매일 실천하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은퇴 후 여가생활 준비를 잘하는 사람들, 즉 활동지수가 파란불인 사람들은 빨간불, 노란불 그룹과 어떻게 다를까? 활동지수가 파란불인 사람들은 전체 응답자 1천782명 중 251명(14.1%)이었는데 이들의 평균 활동지수는 76점으로 빨간불에 속한 690명의 평균 40점보다 36점이 높다. 파란불에 속한 이들은 은퇴 후 활동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현재 적극적으로 준비 계획을 세워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 차별화됐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이상 즐기는 여가활동이 세 가지 이상으로 조사됐다. 주말을 포함해 일주일 동안 평균 여가시간이 13.4시간이었다. 최소 평일 하루에 1시간씩, 주말에는 8시간 정도를 여가에 할애한다는 것이다. 빨간불을 받은 사람들은 일주일 평균 5.6시간을 여가활동에 썼다. 즐기는 여가활동은 없거나 1개 정도에 불과했다. 은퇴 후 여가를 함께 보낼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 수만 봐도 파란불을 받은 사람들은 3~4명 이상을 꼽았다. 반면 빨간불을 받은 사람들은 1~2명 수준에 불과했다. 은퇴 후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격증도 파란불을 받은 사람들은 2개 이상 갖고 있었지만, 빨간불을 받은 사람들은 1개에도 못 미쳤다. 무엇보다 파란불을 받은 사람들은 은퇴 후 활기찬 삶을 위해 평생교육 강좌 수강 등 현재 다양한 방법으로 자기계발 노력을 하고 있었지만, 빨간불을 받은 사람들은 거의 하지 않았다.

이번 연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해서 여가생활을 더 많이 즐기고 활동지수가 높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중요한 것은 여가에 대한 관심과 지금부터 실천하려는 의지와 노력이었다. 노년학에서는 지속이론(Continuity Theory)을 자주 인용한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이나 생활습관이 노년기에 그대로 지속된다는 것이다.
은퇴 후 여가생활을 즐기고 싶다면 파란불 사람들이 실천하고 있는 행동들을 참고해서 내가 실천할 수 있는 목표들을 세워보자. 현재 내가 몰입해서 즐기는 여가생활을 한 가지 정도 계발하고, 가볍게 일상적으로 즐길 여가활동도 최소 세 가지 이상 다양하게 탐색해서 실천해 보자. 현재 내가 매일, 주말에 할애하고 있는 여가시간을 적어 보고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목표치를 설정해 보자.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누구와 여가를 함께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은퇴한 남편들은 대개 아내와 여가시간을 보내길 원하지만 연구 결과를 보면 아내는 남편과 여가시간을 보내는 것이 힘들다고 한다. 배우자 외에 내가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함께할 수 있는 친구들을 찾아보자. 은퇴 후 행복한 여가생활을 원한다면 지금 당장 놀거리, 즐길거리를 찾아 여가습관을 키우자.

 
박지숭은...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사회연구실 초빙연구위원
미국 올바니 뉴욕주립대학교 사회복지학 박사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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